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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등에 업은 日, 등 떠밀린 韓 ...한일정상회담 알맹이 없었다

입력
2015.1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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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거면 왜 위안부 문제 강공으로 나갔나”비판도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ingik@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ingik@hankookilbo.com

3년 6개월 만에 재개된 한일 정상회담이 결국 양측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끝났다. 미국을 등에 업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위안부 피해자 해법 기존 입장 고수, 남중국해 미국 편들기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 속을 긁어 놓고 떠났다. 반면 집권 초부터 대일 강경정책을 밀어붙였던 한국은 등 떠밀려 정상회담을 재개했다 위안부 문제 등에서 성과 없이 뒤통수만 맞은 셈이 됐다. 한중일, 한일 정상회담 후 동북아 정세 전환기 한국 외교의 고민이 시작됐다.

美 등에 업고 막 나간 아베의 안하무인

2일 오전 정상회담이 끝난 뒤 한일 양측은 “가능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는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회담 후 공동성명이나 합의서는 물론 양측의 입장을 담은 언론발표문 하나 내지 못할 정도로 회담 알맹이는 없었다. 오히려 일본 측은 결과 브리핑에서 위안부 소녀상 철거 필요성,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종료 등을 회담에서 언급했다고 공개했다.

서울 외교가에서는 이날 회담 결과를 ‘아베 총리의 면을 세우기 위해 외교 관례를 무시한 처사’였다고 평가했다. 외교 소식통은 “최근 한일 국방장관회담 때처럼 한국은 제한된 내용만 브리핑 하는데 일본 측은 자신들이 회담에서 했던 얘기를 다 공개하고 한국 뒤통수 때리기를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의 안하무인은 일본 국내 여론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 일본은 이미 미국 워싱턴 조야에 한국의 ‘중국경사론’을 퍼뜨리며 한국 외교의 입지를 좁혀왔다. 일본 내 강경 우익 세력의 지원을 염두에 둔 아베 총리의 국내 정치적 필요성도 작용했다. 여기에 3월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의 한일 과거사 양비론 발언 등 미국도 한일 화해 언급을 이어오며 한국을 압박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중이 역사연대로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는 일본 내 불만 여론이 많았고 우리도 혐한 여론을 신경써야 했다”며 “일본은 한일 회담 개최 자체가 목적이었으니 이를 달성한 건데 우리는 여기서 조금 더 성과를 뽑아내지 못한 게 아쉬운 대목”이라고 짚었다.

결정타 없어 日에 당한 朴 위안부 강공 외교

박근혜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을 열어가는 과정도 능동적이지 못했다. 미국의 압박, 국내 여론 때문에 박 대통령은 6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식 교차 참석을 결정했다. 또 이를 전후해 대일 강경 외교에서 과거사와 경제 등 기타 협력을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9월 이후 한일 정상회담 개최 건을 고리로 위안부 문제를 풀어보려 일본을 압박했으나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일본에게 양보안을 끌어낼 지렛대도, 결정타도 없었다. 결국 마뜩잖은 마음으로 한일 정상회담을 열었지만 성과는 부족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이러려면 3년 동안 왜 그렇게 대일 외교를 펼쳤는지 국민들에게 설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전 위안부 연내 타결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지만 아베 총리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10차 외교부 국장급 협의가 재개되겠지만 정상들도 풀지 못하는 매듭이어서 전망은 비관적이다. 내년 4월 한국 총선, 7월 일본 참의원 선거, 향후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하면 위안부는 미제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부 교수는 “이명박 정부처럼 외교를 이벤트 식으로, 국내용으로 하려다 보니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한일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나서다 이를 아는 일본에 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기호 교수는 “이제라도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갈등 쟁점보다는 국민 감정을 생각하며 관리 테마로 돌리는 게 나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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