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ㆍ가족 신원 알려지기 꺼려해
영정사진 얼굴 가리고 위패엔 ‘김군’
사고 현장에 위령표지 설치키로
지난달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안전문) 점검에 나섰다가 사고로 숨진 김모(19)군의 발인이 사고 발생 12일 만인 9일 오전 엄수됐다. 부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젊은 아들을 떠나 보냈다.
이날 오전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는 김군 유족을 비롯해 고교 선생님과 친구들이 비통한 표정으로 모였다. 그 동안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은 그의 안타까운 죽음을 알리고 고용주인 서울메트로에 대한 수사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가족들이 고인과 가족의 신원이 알려지기를 꺼려해 김군 영정 사진에는 얼굴을 가리기 위한 검정색 테이프가 붙여졌다. 위패에도 본명이 아닌 ‘김군’이라고만 적혔다.
영정 사진과 관 운구는 고인만큼이나 앳된 친구들 몫이었다. 오전 10시가 되자 친구의 이른 죽음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 보이는 청년들이 양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장례식장을 나섰다. 남편과 동생의 부축을 받으며 행렬을 뒤따르던 김군 어머니는 자리에 주저 앉아 한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아들의 관이 실리고 난 뒤에도 “가지마, 우리 아들”이라고 부르짖으며 오열했다. 그간 애써 감정을 억눌러 왔던 아버지 역시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전날 밤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과 청년단체 회원 등 120여명도 김군이 숨진 구의역 9-4 승강장 앞에서 마지막 추모행진을 하며 그의 죽음을 위로했다.
이날 김군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러졌다. 유골은 화장된 뒤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한편 서울메트로는 사고 현장 근처에 사고 개요와 추모 내용을 담은 위령표지를 설치키로 했고 서울시도 시민들이 남긴 추모 글 등을 유족과 협의해 보관할 계획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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