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가 마련한 헌법개정안을 26일 발의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오늘부터 사흘간 전문과 기본권, 지방분권과 국민주권, 정부형태 등 개헌안 내용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당초 21일쯤 개헌안 발의를 검토했으나 야당과 협상할 시간을 달라는 여당 요청을 받아들여 26일로 연기했다고 한다.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되면 공고 및 국회의결, 국민투표 공고 등 헌법에 정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26일까지는 발의가 이뤄져야 6월 지방선거 및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22일부터 28일까지 해외순방 일정이 잡혀 있다. 국회가 26일까지 독자 개헌 일정을 제시하지 못하면 대통령 주도로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인 셈이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반대해 온 야권은 “발의 시점을 며칠 늦춘 것은 의미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독자 개헌안을 밀어붙이는 배경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6월 개헌은 국민적 요구이자 각 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개헌 논의를 주도해야 할 국회는 정략적 이해에 매달려 1년 3개월을 허송세월 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 유ㆍ불리만 따지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았다. 만일 대통령 발의라는 충격요법이 없다면 언제 여야 합의안이 나올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물론 정세균 국회의장과 문희상 의원, 유인태 전 의원 등 여당 원로들조차 대통령 주도 개헌에 부정적이다. 이런 가운데 26일 발의가 이뤄진다면 개헌 동력을 얻기 어렵고 정국은 급속히 냉각될 게 뻔하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는 곧 개헌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
청와대는 국회가 내달 28일까지 개헌안을 발의하면 대통령 발의안을 철회하겠다지만 그 안에 여야 합의안을 만드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렇다면 개헌 내용과 시기에 대한 분명한 로드맵에라도 합의해야 한다. 여야 이견이 없는 국민기본권 확대 및 지방분권 강화 개헌안을 우선 처리하고 정부형태 개헌은 미루는 방안, 10월까지 ‘권력 분산’을 포함한 완전한 개헌안을 처리하는 방안 등의 로드맵을 국민에게 공표해야 한다. 그런 노력도 없이 무조건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포기하라고만 해서야 국민 공감을 얻기 어렵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