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을 즉각 퇴출하라!”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2급)의 경질을 촉구하는 여성단체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젠더정치연구소여세연(이하 여세연) 등 여성단체와 시민들이 모인 ‘탁현민퇴출을촉구하는상식을탑재한사람들’은 7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이 왜곡된 성의식을 가진 탁현민 행정관 함께 할 수 없다”며 “더 이상 탁현민의 자발적인 사퇴를 기다리지 않겠다”고 청와대를 향해 즉각 퇴출을 요구했다.
이들은 우선 탁 행정관의 ‘성매매 옹호’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해당 글은 반어법”이라고 해명한 것을 반박했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반어법은 본래 뜻을 강조하기 위해 실제 뜻과 반대로 쓰는 것”이라며 “그런데 성매매를 ‘문화’로 표현한 걸 보니 도저히 반어법으로 썼다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탁 행정관의 왜곡된 성의식을 ‘적폐’로 규정하기도 했다. 여세연은 “탁 행정관은 과거 저술한 다양한 책에서 여성을 남성의 성적도구로 대상화하고,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와 폭력을 성적 자유와 문화라고 포장했다”며 “이는 남성중심사회의 적폐”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국민이 요구한 적폐 청산을 위해 과거 악습과 결별해 미래세대에 걸맞은 공직상을 제시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탁 행정관 거취 문제가 진영 논리로 흐르는 것을 경계했다. 이진옥 여세연 대표는 “일부 문 대통령 지지자는 우리를 두고 대통령 흠집내기를 위한 것이라고 문제의 본질을 호도한다”며 “탁 행정관은 남성지배적 정치문화의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장에 동참하는 ‘남성’ 목소리도 나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학생 김형근(27)씨는 “탁 행정관이 남성들의 잘못된 의식을 드러내는 용기를 낸 거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며 “하지만 방향이 잘못됐다. 남자들의 암묵적 문화를 밖으로 드러내 여성들에게 이를 참고하라 할 게 아니라, 그 문화를 깨부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세연은 ‘탁현민 퇴출을 촉구하는 서명운동’ 결과도 발표했다. 지난달 29일부터 5일까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진행된 서명운동에는 시민 7,542명이 참여했다. 여세연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앞서 탁 행정관은 2010년 4월 발간한 ‘상상력에 권력을’이라는 책의 ‘나의 서울 유흥문화 답사기’편에서 성매매와 여성의 성 상품화를 수 차례 옹호하는 표현을 써 논란이 됐다. 또 다른 책 ‘남자 마음 설명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진다’에서 여성을 남성의 성욕 충족 도구로 전락시켜 물의를 빚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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