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제제 당뇨병 유발 잇단 보고
미국서 제약사 상대 소송 1000건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환자에게 세계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물인 스타틴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이를 공식 인정하고 나서면서 라벨변경까지 이뤄짐에 따라 스타틴은 당뇨병을 높이는 약으로 사실상 굳혀졌다.
스타틴 복용과 당뇨병 발병 사이의 관계를 확인한 대표적인 임상 시험은 2008년 발표된JUPITER 연구(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다. LDL-C 수치가 130㎎/㎗ 이하로 정상에 가깝고 고민감도 C-반응성 단백질(hsCRP) 수치가 2㎎/L 이상으로 높은 환자 1만7,802명을 대상으로 했다. 로수바스타틴(상품명 크레스토) 20㎎ 투여군과 위약군으로 나눠 평균 1.9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로수바스타틴군 가운데 270명(3%)이 새롭게 당뇨병으로 진단됐다.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당뇨병 발병이 26%나 높았다.
만성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GISSI-HF 연구에서도 로수바스타틴 10㎎ 투여가 사망, 심혈관계 원인으로 인한 입원을 포함한 환자를 위약군 대비해 의미있게 개선하지 못하고 도리어 당뇨병 발병을 10% 높인 것으로 보고됐다(랜싯 2008년). 로수바스타틴 이외에 아토르바스타틴(상품명 리피토), 심바스타틴(상품명 바이토린) 등 다른 스타틴 제제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 랜싯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13개의 스타틴 관련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당뇨병 발병을 9%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2012년 초 FDA에서는 모든 스타틴 제제의 제품 라벨에 혈당과 당화혈색소(hbA1c) 수치를 늘릴 수 있다는 경고문구를 추가하도록 조치했다.
화이자에서 만든 스타틴계열 고지혈증약인 리피토를 복용한 뒤 당뇨병 등 심각한 이상반응을 일으켰다는 환자가 지난 8월 화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사 소송이 미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법원이 리피토를 복용한 환자가 제2형 당뇨병에 걸려 소송하는 건수가 1,000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2012년 FDA가 리피토 및 스타틴 계열의 약물을 장기 복용할 경우 기억력 소실이나 당뇨병 증세를 경미하게 높인다고 경고한 것이 소송 제기의 발단이었다. 리피토의 부작용에 대한 첫 재판은 내년 7월에 열릴 예정이다.
반면, 지난해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는 피타바스타틴(상품명 리바로)이 당뇨병 발생 위험을 18% 가량 낮췄다는 전혀 다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오다와라 마사토 도쿄대 의대 교수가 발표한 J-PREDICT 연구 결과로 스타틴 전체 계열이 아닌 제제별 위험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새로운 견해가 대두됐다. 이른바 ‘계열 효과(Class effect)’가 파기된 셈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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