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작심 비판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오바마가 전면에 나서면서 트럼프와의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CNN 등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일리노이대학 연설을 통해 “비정상적이고, 기이하고, 위험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인들이 수년간 부채질해왔던 분노를 이용하고 있다”며 “분노와 피해망상의 정치가 공화당에 똬리를 틀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편가르기가 아닌 다양한 스펙트럼의 유권자가 모두 참여해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새로운 변화를 트럼프와 함께 시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는 원인이 아니라 증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트럼프를 나치에 비유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오바마는 트럼프 대통령의 편협한 언론관, 파리 기후협약 탈퇴 등 미국과 백인을 앞세우는 그간의 실정을 거론한 뒤 지난해 샤롯데빌에서 발생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시위를 지적하며 “차별에 맞서야 하고 나치 동조자에게 맞서야 한다”면서 “(나치 동조자에게) 나치가 나쁘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어렵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건 우리의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 아니다”면서 “11월 선거에 달렸다”고 표심에 호소했다.
허를 찌르는 오바마의 공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반응을 삼갔다. 그는 노스다코타에서 열린 지원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농담조로 “미안하지만 (오바마의 유세를) 시청하다가 잠이 들었다”며 어물쩍 넘겼다.
반면 보수진영은 즉각 반격에 나서며 표심을 단속하는데 주력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오바마가 재임기간의 치적을 떠벌릴수록 트럼프의 재선은 더 확실해진다”며 “오바마의 집권으로 인해 트럼프가 당선된 것을 왜 모르느냐”고 비아냥댔다. 폭스 뉴스는 “오바마의 트럼프 때리기는 과거 힐러리가 실패한 전략을 답습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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