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회경 기자

등록 : 2017.03.18 09:00
수정 : 2017.03.18 09:32

[뒤끝뉴스] 문재인 캠프, 호사카는 되고 튜더는 안 되는 이유

등록 : 2017.03.18 09:00
수정 : 2017.03.18 09:32

현행법 상 ‘외국인 선거운동 금지’ 규정 탓

선관위 “단순 지지ㆍ캠프 자문 등은 가능”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현재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캠프를 취재하다 보니 두 명의 낯선 이름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와 다니엘 튜더 이코노미스트 전 서울주재특파원. 독도 전문가인 호사카 교수는 문재인 캠프의 영입 인사로서 민주당 경선참여 캠페인인 ‘그래요 문재인’ 동영상에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반면 튜더는 캠프에서 영입 얘기가 오갔다고 하나, 현재 캠프에서 직책을 갖고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호사카 교수는 일본 국적을 가졌지만 현재 귀화한 한국인이고, 튜더는 영국 국적의 외국인이기 때문입니다. 공직선거법 제60조 1항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를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제58조 1항에는 ‘선거운동이라 함은 당선되거나 되지 못하게 위한 행위’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다만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 개진 및 의사 표시 ▦입후보와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ㆍ반대의 의견 개진 및 의사 표시 ▦통상적인 정당활동 등은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때문에 호사카 교수는 문 전 대표의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있고, 튜더는 캠프에서 자문하거나 지지 선언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선거운동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설명입니다. 선거운동에 이르지만 않는다면 선거캠프의 회의에 참석하거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특정 후보나 정책에 대한 선호를 밝히는 것은 가능하다고 합니다.

8일 충무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튜더는 외신기자로 활동한 2012년 대선을 계기로 문 전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고 합니다. 문 전 대표에 대한 그의 생각보다는 2015년 펴 낸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에서 보여준 한국 정치ㆍ사회에 대한 관심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한국 정치ㆍ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와 이로 인한 촛불집회를 한국에 애정을 가진 그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이에 한국일보 10일자(다니엘 튜더 “최순실 게이트는 한국 사회 축소판”)에 짧은 인터뷰 기사가 게재됐지만, 튜더와 나눴던 이야기를 정리해 첨부했습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특파원. 신상순 선임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_2015년 저서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에서 한국 정치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는데, 지난해부터 지속돼 온 촛불집회는 어떻게 평가했습니까.

“한국의 집회는 1980년대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안전망 역할을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선 대기업과 판ㆍ검사, 정치인 등 기득권 세력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완벽한(perfect)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집회와 같은 집단행위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해요.”

_촛불집회에 참석해 보았나요.

“외국인이 정치에 나서면 안 된다는 법이 있지 않나요? 그래서 참여자라기 보다 관전자로서 참여한 거예요. 그 때가 3차 집회였을 텐데 집회에 참석한 분들과 대화도 나누고 끝나고 술도 마시고 마치 축제 같다고나 할까. 다만 헌법재판소 결정을 앞두고 재판관들이 집회 때문에 압박을 느끼지 않아야 합니다. 기존에 나온 여러 증거들을 가지고 재판관들이 검토하고 심판을 내리면 되는 일이니까요.”

_한국 언론들은 헌재 판결 이후 분열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촛불집회 초반엔 언론들도 ‘박근혜 반대’ 분위기가 많다고 보도하다가, 어느 순간 서울시청 광장에 나온 태극기를 보고 ‘좌우 충돌’로 보도하고 있어요. 그러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불법행위가 아닌가요?”

_진보ㆍ보수의 대립으로 헌재 이후 한국사회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나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처럼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요.

“음, 단순한 비교는 어렵다고 봐요. 미국과 영국 모두 분노가 드러난 결과지만, 50%를 사이에 두고 아슬아슬한 결과가 나온 겁니다. 영국의 경우 다문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EU 가입 유지를) 싫다고 표현한 것이죠. 반면 촛불집회는 ‘도덕성 있는 분노’라고 생각합니다. 헌재 결정에 따라 엄청난 집회와 사회적 대란이 터질 것 같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70% 이상의 한국인들이 대통령이 유죄(guilty)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나요? ”

_촛불집회가 단순히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실망 때문일까요?

“최순실 게이트는 한국의 모든 문제의 축소판을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 사람들은 어쩌면 최순실에게 고마워해야 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자신들이 분노해야 할 이유를 인식시킨 측면이 있으니 말이죠.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집회에 나온 분들은 한국 사회의 비리와 권력자들간의 밀접한 네트워크 같은 것들을 없애야 한다고 자각한 것 같아요. 한국 친구 중에서도 평소 정치에 관심 없던 친구들까지 집회에 나가는 걸 보면요. 확실히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한국사회가 불공정하다(unfair)는 것을 인식하는 거 같습니다.”

_영국에선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정치인의 위법 행위는 어떻게 처리합니까.

“영국 총리는 한국의 대통령만큼의 파워가 있지 않습니다. 내각 중에 가장 중요한 사람 정도로 인식될 뿐이죠. 때문에 비리사건이 있을 경우 검찰과 법원, 언론 등이 한국처럼 대통령과 권력으로부터 큰 압박을 받지 않아요. 사실로 드러나면 면책 받을 수 없습니다.”

_‘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의 부제가 ‘서양 좌파가 말하는 한국 정치’였어요. 서양 좌파가 보기엔 현재 야당들은 잘 하고 있나요.

“어부지리겠죠. (웃음) 새누리당이 갑자기 몰락했기 때문이죠. 최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40%를 넘는 걸 보면 예전에는 꿈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여전히 야권이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야당에서 대통령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_차기 대선에서는 정권교체 가능성이 크다고요?

“어부지리 측면이 크지만 그렇다고 봅니다. 한국이 새누리당 1당 체제의 위험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건강한 민주주의가 되려면 적어도 2개의 수권 가능성이 있는 정당이 존재해야 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새누리당의 몰락은 안타깝기도 합니다. 다만 제가 보수(우파)라면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 같은 분을 좋아할 겁니다.

_민주당 등 현재의 야당은 2012년 대선에 비해 어떤가요. 책에선 야권연대와 대안 없이 반대에만 익숙한 야당에 대해 비판했잖아요.

“최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새 인물들을 영입하려는 시도들은 좋다고 봅니다.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캠프에도 가보고 민주당 캠프에도 가봤는데요. 민주당이 덜 전문적(professional)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노력하고 있다고 봅니다.”

_문재인 전 대표는요?

“문 전 대표의 경우에는 당시보다 좀 더 정확한 정책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 같습니다. 당시엔 (대선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잖아요. 그에 비해 현재 민주당은 정책면에서 준비된 정당 같다는 인상을 받고 있어요. 동시통역사, 번역가들에 대해 민주당에서 모집 광고를 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민주당이 외신이나 해외 인사들을 신경 쓰려는 노력하는 게 아닐까요?”

_유승민 의원에게도 관심을 보였는데요.

“합리적인 보수 같습니다. 경쟁자를 이유 없이 비판하지도 않구요. 최근 허핑턴포스트에서 유 의원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좋은 후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_책에선 5년 전 대선출마를 포기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비판하기도 했었죠.

“지금은 안 전 대표를 비판하고 싶지 않아요. 당시 정치에 입문한 지 오래된 분이 아니었고, 다만 서울시장 출마와 대선 출마를 양보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안철수 지지자라면 ‘이 사람이 추진력이 있을까’ 하는 고민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_하지만 안 전 대표는 4ㆍ13 총선에서 독자노선을 유지해 국민의당이 선전했습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전라도’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안 전 대표는 중도적이고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혁신을 추진한 인물이죠. 그런데 민주당에서 망명한 호남의 반문재인 인사들과 손을 잡았다는 게 쉽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영국은 사람보다 정당을 중시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어요. 한국의 정당 역사가 짧다는 건 이해합니다만, 국민의당은 안철수, 민주당은 김대중ㆍ노무현, 새누리당은 박정희ㆍ박근혜…. 한국에는 이러한 빅맨 중심의 정당이 많다는 것은 영국인으로선 다소 의아합니다.

_문재인 캠프에서 영입 검토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말해도 되나요? 얘기가 있긴 했습니다. 문재인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한국의 대통령이 되더라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정치적 지지선언이라기 보다 인간으로서 몇 번 만나보니까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랄까 선의? (안희정 충남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을 떠올리며) 요즘 중요한 단어가 되었죠? (웃음) 선한 의도로 정치하는 사람 같습니다.”

_지난 대선 당시 문 후보를 직접 취재한 적이 있었나요?

“2012년 8월 대선 앞두고 인터뷰를 했었어요. 당시 대부분 외신기자들은 안철수 후보에 대한 관심이 컸어요. 반면 저는 도박을 좋아하거든요. (웃음) 이번 미 대선에서도 트럼프가 이길 것이라 생각해서 (영국의 웹사이트에 베팅해서) 300파운드 정도 벌었다니까요. 당시엔 역발상이랄까, 차별화인 거죠. 당시 분위기는 ‘박근혜 대 안철수’ 였어요. 그런데 저는 문재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인터뷰 신청을 했는데, 당시 외신 중에 가장 먼저 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문재인이란 사람을 알게 된 계기가 됐죠.”

_당시엔 너무 정치 경험이 없는 후보가 아니었나요?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장과 민정수석도 하셨잖아요.”

_최근에도 만나신 적이 있나요?

“작년 11월쯤에 만났어요. 정치 얘기도 나눴지만 안동소주나 안동의 선비문화에 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또 문 전 대표 부모님이 경험한 한국전쟁 당시의 흥남 철수작전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때 타고 온 배를 얘기했는데요. 배 이름이 뭐였더라… (문 전 대표의 ‘대한민국이 묻는다’에 따르면 매러디스 빅토리아호로 추정된다). 피난민 중에는 그 배 안에서 애도 낳았다고 그러더군요. 저도 원래 뿌리가 아일랜드에서 할머니의 오빠가 영국으로 이민 올 때 배 안에서 태어났거든요. 그런 한국에 대한 역사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 공통점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_후보가 선한다고 해서 집권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정치인들은 대개 자기 입장만 강조하는데, 문재인이란 사람은 얼핏 보면 ‘과연 이 분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람이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만나보면 숨겨진 철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줏대라고 할까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영국 정치인은 존 메이저와 고든 브라운 총리에요. 대중적으로는 인기는 없었습니다. (웃음) 다소 지루하죠. 문재인은 사고 치지 않고 어려운 상황을 보다 조용하게 처리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브라운 총리도 영국의 금융위기를 잘 헤쳐 나갔어요. 사람들은 사고를 많이 치지 않으면서 조용하게 정치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 거 같아요.”

_외국인이어도 캠프에서 자문은 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문 전 대표가 외신 인터뷰 등을 앞두고 있다면 조언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_책에선 민주당 정부의 햇볕정책을 비판했어요. 그런데 문 전 대표는 이에 대한 계승을 주장하고 있어요.

“문 전 대표가 ‘햇볕정책 2.0’처럼 과거와 똑 같은 정책을 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이 이어지고 있잖아요. 또 김정남 암살 사건도 발생했구요. 김대중ㆍ노무현 시대와 다른 상황이죠. 그래서 북한에 맹목적인 도움을 주기 어려울 거라 봅니다. 문 전 대표도 대북정책 말할 때 북핵 문제도 비판하고 그들이 핵개발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비핵화, 핵 포기와 같은 전제를 달고 새로운 햇볕정책으로 갈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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