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조사국 보고서 北 위협 저지명분 요구
미국 의회에서 한국 정부에 미국령 괌의 군사력 증강 비용 분담을 요구할 것을 제안한 보고서가 회람되고 있어 주목된다.
7일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미 의회조사국(CRS)에서 지난 6월 작성된 ‘괌: 미국의 국방 배치’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의회에 제출돼 내년 국방예산을 심의 중인 의원들에게 배포됐다. 보고서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서 ‘전략적 허브’로 부상한 괌의 전략적 가치와 동맹국의 기여도 등을 평가하는 내용이 중심이다.
주목되는 것은 한국과 관련해 괌의 국방력 증강 비용에 기여하는 것이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 대목이다. 한국의 비용 분담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나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 가운데 비용 분담 문제가 거론된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보고서는 한국에 비용 분담을 요구할 근거로 미 관리들이 북한의 위협과 괌 군사력 증강이 서로 연계된 문제임을 강조한 점을 꼽았다. 실제로 2010년 3월 마이클 시퍼 당시 국방부 동아시아담당 부차관보는 괌의 군사력 증강이 북한의 위협을 포함한 한미의 안보 과제를 분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증언했다. 지난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직후 미군은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B-52 전략폭격기를 한반도로 출격시켜 억지력을 과시했다.
미군은 그 해 북한 위협에 대비해 중ㆍ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괌에 배치했고, 괌 기지의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로 북한을 정찰했다. 괌의 군사력이 비록 주한미군처럼 한국에 주둔하지 않지만 북한 위협에 맞서기 위한 것인 만큼 한국이 방위비 차원에서 그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보고서 내용은 국방예산 감축 이후 의회에 팽배한 동맹국에 대한 비용 분담 요구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달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동맹국의 안보 비용 부담을 거론한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보고서가 201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 처리를 앞두고 작성됐다는 점에서 의원들이 어떤 대책을 내놓지도 주목된다.
다만 현재까지 한미 정부 차원에서 괌 기지 비용 분담 논의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에 대해 “그 같은 사안에 대응하는 것은 중요하나 그런 논의는 분명히 없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한국과 달리 일본이 국방비에 미군의 괌 재배치 관련 예산을 책정하는 등 비용을 분담하고 있는 사실을 자세히 기술했다. 일본은 2012년 미일 공동성명서에서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을 괌 등으로 재배치하는 비용 86억달러 가운데 31억달러를 부담한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괌의 군사력 증강이 동ㆍ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도 관련돼 있다고 인정했지만 여러 주변국들에 비용 분담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2006년 미 태평양사령부(PACOM)의 보고서 ‘괌통합 군사개발계획(GIMDP)’에서 공개된 괌기지 개발비용은 150억달러에 이른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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