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에서 안동으로 들어서다 태화산 기슭의 커다란 머리를 가진 미륵불을 보고 흠칫 놀라 차를 멈췄다. 가까이 가보니 거대한 화강암 암석의 몸통 위에 머리만을 따로 조각해 올려놓은 보물 115호 마애석불입상이다. 연미사 절을 따라 나무 사이에 감춰진 거대한 몸통에 2m가 넘는 머리가 얹어진 기묘한 모습에 자꾸 눈길이 간다.
불상이 세워진 제비원은 민요 ‘성주풀이’의 발상지다. 무가의 성주풀이에 집안의 평안을 관장하는 신(神)인 ‘성주’의 근원이 안동 땅 제비원이라 했고 마을 사람들은 이 불상을 미륵의 현신으로 여겨 제비원 석불로 부른다.
경주를 비롯한 지역 문화재들이 명절 앞뒤에 발생한 지진과 여진으로 피해가 심각하다. 석불이 선 안동도 2009년 규모 4.0의 큰 지진이 왔었고 이번에도 적지 않은 진동을 겪어냈다. 이제 화강암 암석 위에 위태롭게 붙어있는 마애여래입상의 두상이 온전히 보존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화재는 한번 손상되면 복원이 결코 쉽지 않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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