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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김정남, 이재용 그리고 차기 대선

입력
2017.02.2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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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표류하고 있다. 리더십은 오래 전에 사라졌고 사회를 통합해야 할 책임 있는 지도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기후 변화와 국제 사회의 리더십 변화로 세계 경제와 안보는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우리의 안보와 경제 리더십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일반적인 경우 우리나라 대통령 지지율에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변수는 경제, 북한, 공공개혁이다. 국민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지도자에게 웬만해선 시비를 걸지 않는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특수상황에서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한 대통령에게 웬만해선 비난의 화살을 날리지 않는다. 국정 농단으로 상처 난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따뜻한 춘삼월 바람은 찾아 올까.

북한 최고 통치자인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되었다. 북한의 소행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불안한 리더십을 이어가고 있는 김 위원장의 잔악성이 다시 한 번 주목되고 있다. 북한은 김정남이 피살되기 직전인 지난 12일 동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 직후에 UN을 중심으로 강력한 제재 결의문을 잇달아 내놓곤 했지만 북한은 요지부동이었다. 우리 국민들은 설마 전쟁이 일어날까라고 반신반의하지만 국제 사회의 대응은 간단치 않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부리나케 미국을 방문한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한 경계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북한 미사일, 핵 실험, 북한 인권, 개성공단, 사드, 이산가족 등 남북 관계를 둘러싼 안보 현안은 매우 예민하다. 다음 대통령의 대북 파트너는 북한에 급변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김 위원장이다. 그를 앞에 놓고 난마처럼 얽힌 남북관계를 논의해야만 한다.

이 와중에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었다. 최순실 게이트 특검에서 대통령과 관련된 뇌물죄가 구속 사유로 부각되었다. 뿌리 깊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삼성의 책임을 국민들은 따져 묻고 있다. 물론 최종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대통령을 포함한 현 정권이 삼성을 비롯한 기업인들을 압박한 책임 또한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권력 실세가 기업에 지원을 요구 했든 기업이 권력 실세에 특혜를 요청했든 정경유착은 안될 말이다. 이 기회에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뿌리내리고 부당한 권력의 요구에 대해서는 ‘No'라고 말하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의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 해결은 대기업 심판과 재벌 경영 쇄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운업, 조선업 등 성장엔진이 꺼진 한국 경제는 누가 어떻게 언제 되살릴 것인가.

국난의 시기에 대선후보들은 당장 내일이라도 선거인 것처럼 사자후를 토하며 전국을 누비고 있다. 촛불집회 장소에도 나타나고 태극기 집회에도 고개를 내민다. 탄핵국면에 반사 이익을 누리기도 하고 반대로 진영이 붕괴된 채 허우적거리는 후보들도 있다. 다 좋다. 그러나 차기 대선 후보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일은 국민들은 더 이상 문제를 지적하거나 비판하는 데 그치는 후보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민들 앞에 내놓은 대선 공약은 곱씹어 보아도 하나같이 임기 내에 가능하거나 재원마련이 수월해 보이는 정책들이 아니다.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로 갈기갈기 찢어진 국론을 통합해가며 동시에 수많은 약속들을 이행하려면 10년이 걸려도 부족해 보인다. 매일같이 대선 후보들의 소식을 접하는 국민들이지만 안보에 절묘한 해법을 내놓고 경제 회복에 신의 한 수를 보여주는 후보를 찾기 힘들다. 김정남 피살과 이재용 구속사건 이후 안보와 경제에 대한 안정된 로드맵을 제시하는 대선 후보가 없어 씁쓸한 계절이다. 이래서야 다음 대통령이 탄생된들 춘삼월이 오겠는가.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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