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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성당이 있는 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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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성당이 있는 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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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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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리성당
공세리성당

유럽에선 이름난 성당이 훌륭한 볼거리다. 한국에도 이런 성당 많다. 일부러 찾아가는 수고가 결코 아깝지 않은… 질곡의 역사 오롯한 건물마다 시간의 향기 묵직하다. 세밑에 달뜬 마음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때 고요하고 아늑한 성당으로 기어든다. 종교가 무엇이든 상관있을까. 가서, 지난날 곱씹으며 마음 살피고, 다가올 날 차분하게 맞을 준비해 본다. 종소리 벗을 삼고 걸으니 돌덩이 같던 묵은 마음이 하얀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 충남 아산 공세리성당...겨울이면 성당 앞 팽나무에 '눈꽃'

한번쯤 들어봤을 만큼 명성 자자한 성당이다. 주변이 예뻐서 영화나 드라마에 숱하게 등장했다. 눈 내리면 성당 앞 팽나무와 사제관 앞마당 느티나무에 눈꽃 활짝 피는데 참 아름답다. 붉은 벽돌, 고딕양식의 성당 건물도 우아하다. 인주면 공세리에 있다.

성당 자리는 조선시대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일대에서 거둬들인 조세를 보관하던 창고였다. 1895년 프랑스 출신 드비즈 신부가 이 창고를 성당으로 사용했다. 지금의 형태로 개축한 것이 1922년의 일이다. 아산 출신 순교자 32명을 기리는 비와 탑이 성당에 있다. 한국 천주교회는 4대 박해(신유ㆍ기해ㆍ병오ㆍ병인)를 겪으며 1만 여명의 순교자를 낳았다. 이들 대부분은 충남 아산, 서산, 당진, 홍성, 예산 등 내포지방에서 나왔다. 바다나 강물이 뭍으로 쑥 들어온 지역을 내포라 한다. 내포지방은 일찌감치 중국과 교역이 활발했다. 천주교의 전례도 빨랐다. 성당 뒤 십자가의 길(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길)은 걸어본다. 조형물들이 생생하고 아름답다. 아산만 일대도 힐끗힐끗 보인다.

→아산 가면 송악면 외암리민속마을은 들른다. 예안 이씨 집성촌으로 500여년 전부터 형성된 전통 부락이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국민속촌과 비슷하지만 이 마을에는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다. 온천도 즐긴다. 아산은 ‘온천도시’다. 유서 깊은 온양온천, 도고온천이 있고 현대에 개발된 아산온천도 제법 입소문 타고 있다. 온양온천은 조선 태조를 비롯해 여러 왕들이 즐겨 찾을 만큼 명성 자자했다. 도고온천도 신라 때부터 약수온천으로 이름 날렸다. 특히 도고온천지역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는 아이가 있는 가족단위 방문객이 좋아하는 온천시설이다. 아이의 움직임이 한 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실내구조 덕분이다. 아이와 함께 알콩달콩 즐길 거리도 제법 있다. 이곳 야외 유수풀, 야외 노천 테마탕은 겨울에도 운영한다.

나바위성당
나바위성당

● 전북 익산 나바위성당...12칸 기와집에 고딕양식 첨탑 얹어 오묘한 조화

1907년에 세워진 성당이다. 망성면 화산리에 있다. 한국의 첫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후 돌아와 첫 발을 디딘 곳이 성당이 있는 자리다. 성당 뒤쪽 산책로를 따라가면 김대건 신부 기념비를 만나게 된다.

성당 건물은 서양식 건축형태와 한옥 형태가 조화를 이룬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형태다. 전면은 서울 명동성당처럼 뾰족한 첨탑을 가진 고딕양식인데 반해 건물 몸체는 기와를 얹은 한옥이다. 기와를 얹은 지붕이 겹으로 쌓여있고 지붕과 지붕 사이에는 팔각형의 창문이 있다. 성당 바깥쪽 양 옆으로 고궁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회랑까지 있다. 고딕양식 차갑고 웅장한 이미지와 한옥이 주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우러진다.

나바위성당 내부
나바위성당 내부

성당이 이런 형태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성당 초대 주임신부였던 베르모렐 신부가 12칸짜리 기와집을 인수해 성당으로 개조한 덕이다. 처음에는 전통 한옥양식에 따라 지어졌는데 여러 차례 보수과정에서 흙벽이 서양식 붉은 벽돌로 대치되고 용마루 부분 종탑자리에 고딕식 종탑이 들어섰다. 성당 내부가 참 예쁘다. 하얀색으로 칠해진 나무천장과 벽돌로 마감한 창틀, 그리고 나무 바닥이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멋을 풍긴다.

성당 뒤쪽 언덕에는 김대건 신부 기념비와 금강이 내려다 보이는 ‘망금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익산에 가면 왕궁리유적과 오층석탑(국보 289호)은 구경한다. 오층석탑은 건립연대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백제의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가 8.5m에 이른다. 비례와 균형이 잘 맞고 화려하지 않지만 은근한 멋이 풍긴다. 석탑 주변이 왕궁리 유적지다. 백제 왕궁터로 추정되는 곳이다. 눈이 번쩍 뜨일 볼거리는 없지만 1,400년의 묵직한 시간의 향기 음미하며 마음 살피기 좋은 곳이다. 이 외에 백제 최대 사찰인 미륵사가 있었던 금마면의 미륵사지도 들러본다. 미륵사는 서동으로 알려진 백제 무왕과 왕후였던 선화공주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동성당
전동성당

● 전북 전주 전동성당...천주교 첫 순교자 윤지충, 권상연이 처형당한 자리

완산구 전동, 그 유명한 한옥마을 들머리에 있다. 성당이 있는 자리는 한국천주교 최초의 순교자로 알려진 윤지충과 권상연이 1791년 처형당한 자리다. 당시 이들의 피가 묻었던 풍남성 성벽의 돌이 성당 주춧돌로 사용됐다. 윤지충은 고산 윤선도의 6대손이고 권상연은 그의 외종사촌이다. 서울 명동성당의 건축 감독을 했던 포와넬 신부가 전동성당을 설계했다. 이후 성당은 1908년부터 1914년까지 지어졌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1931년이 되어서야 축성식이 열렸다. 완성까지 23년 걸린 셈이다. 천주교 신자들은 명동성당을 ‘아버지의 성당’, 전동성당을 ‘어머니의 성당’이라고 부른단다. 성당 옆 사제관도 100년이 넘은 건물이다.

전동성당 내부
전동성당 내부

전동성당은 전도연, 박신양이 주연했던 영화 ‘약속’(1998)에 등장하며 입소문 탔다. 영화가 끝날 무렵,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리는, 하얀 눈 소복하게 쌓인 성당이 여기다. 연인들, 사진 동호인들은 여전히 많다. 성당은 웅장하다. 서양 중세시대의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정면 종탑이 웅장하다. 내부도 예쁘다. 하얀 외벽과 회색 아치형 기둥이 고풍스럽다.

전동성당
전동성당

→한옥마을과 경기전이 전동성당에서 가깝다. 경기전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8대 왕인 예종의 태실과 조성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전주사고도 경기전 안에 있다. 수림 울창한 계절에는 산책명소다. 겨울에는 마음살피며 걷기 좋을 만큼 고즈넉하다. 전주부성의 남문인 풍남문도 전동성당에서 지척이다. 외벽이 경기도 수원의 화성처럼 곡선 형태로, 이중으로 쌓았다. 조선시대 풍남문 밖에서 숱한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당했다.

풍수원성당 옛 사제관
풍수원성당 옛 사제관

● 강원 횡성 풍수원성당...한국인 신부가 지은 첫 성당, 붉은 벽돌 사제관도 예뻐

한국인 신부가 지은 최초의 성당이다. 한국 전체를 따지면 네 번째다. 서원면에 있다. 신유박해(1801년), 병인양요(1866년), 신미양요(1871년) 등으로 박해를 받던 신도들이 이곳으로 피신해 모여 기도한 것이 성당의 출발이다. 현재의 성당 건물은 1907년에 완성됐다. 고딕양식으로 아담하게 지어졌다. 붉은 벽돌로 된 외관이나 바닥에 나무를 깐 내부가 예뻐 영화나 드라마에도 가끔 배경으로 등장했다. 천천히 산책하다 보면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찾았던 시골 교회당의 향기가 오롯이 전해진다.

십자가의 길은 걸어볼 만하다. 야트막한 산을 타고 솔숲으로 난 길을 따라 조성됐다. 비석에 새긴 그림도 간결하고 힘이 있어 눈길이 간다. 성당 뒤편에 있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옛 사제관은 외관이 참 예쁘다. 성당보다 5년 늦은 1912년에 완성됐다. 벽돌로 지어진 사제관 가운데 가장 오래 된 건물이자 원형이 잘 보존된 건물이다.

들머리에서 성당으로 이르는 길을 걸어본다. 성당 건물과 이파리 떨군 거대한 느티나무가 어우러진 모습이 운치가 있다.

→둔내면에 있는 숲체원은 한국녹색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숲문화체험 및 치유센터다. 둔내면 옛 영동고속도로 영동1터널 옆에 있다. 태기산(1,261m)과 청태산(1,200m) 사이 능선을 따라 6개의 숲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아주 잘 꾸며놓은 수목원 같다. 특히 해발 920m의 봉우리까지 나무데크를 깔아 조성한 일명 ‘편안한 등산로’가 유명하다. ‘갈 지(之)’자처럼 산허리를 크게 왔다, 갔다하며 정상까지 나 있는 이 등산로는 평지처럼 판판해 누구든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으니 들러본다.

글ㆍ사진 김성환기자 spam001@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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