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학생회 횡령 문제 시끌
일부선 검찰청에 민원 제기도
투명성 요구 등 바뀐 사회상 반영
“학생회장인 저는 회계부장이 학생회비를 유용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덮으려 했습니다. 통장 자료도 조작했습니다. 복리후생비를 방만하게 썼다는 것에 대해 잘못을 알고 있으며 사죄하고 싶습니다.”
지난 3일 서울 S대 경영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경영대 학생회장의 사과문 중 일부다. 이번 학생회비 유용 사건의 경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면서 보름여 만에 사건의 진상이 드러났다.
6일 학생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15일 경영대 인터넷 커뮤니티에 “개강 총회에서 학생회비 사용 내역과 영수증을 공개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경영대 학생회가 학생회비를 투명하게 관리하지 않는다는 의혹이 제기돼 해명을 요구한 것이다. 경영대 학생회장은 글을 게재한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좋게 넘어가자. 공개될 경우 (당신 친구인) A씨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회유했다.
학생들의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경영대 학생회는 지난달 22일 임시 학생총회를 열고 통장 내역을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학생회가 회계 부정 사실을 감추려고 포토숍 프로그램으로 통장 사본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회식비 등 복리후생비를 과다 사용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결국 경영대 학생회장이 사과문을 게재하며 백기를 들었지만, 학생들은 7일 학생총회를 다시 열어 학생회 탄핵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학생들이 학생회 임원들의 불투명한 학생회비 사용 관행에 적극적으로 ‘태클’을 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성균관대에서는 지난달 24일 학생회비 예ㆍ결산안 공개를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학생회가 그 동안 회계내역을 공개한 적이 없는데 구체적인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학생회비를 7,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리자 학생들이 발끈한 것이다. 경희대 국제캠퍼스에서는 8월 말 한 학생이 “총학생회가 학생회비 사용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며 검찰청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인천대에서는 대학원 학생회장이 학생회비 3,500만원을 생활비로 썼다가 사법처리돼 지난 7월 징역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그 동안 학생회 운영에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던 학생들의 이런 변화는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직의 투명성, 정보 공개, 참여 확대가 사회의 기본 상식이 되며 대학 사회에도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회의 위상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거 학생 운동을 주도하던 학생회는 사회적 의제를 선도하는 학생들의 대표 기구였다. 하지만 최근 대학생들이 탈정치화하며 학생회의 역할은 학생 복지 향상으로 초점이 옮겨갔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학생회비의 자의적 사용 등은 개선될 필요가 있으며 학생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학생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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