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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재심’의 영웅, 박준영 변호사

입력
2017.03.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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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은 2000년 8월 벌어졌던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피살사건’을 바탕으로 한 실화 영화입니다. 배우 정우가 변호사 이준영 역을 연기합니다. 해당 재심 사건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의 이름에서 따온 배역입니다.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 전문 변호사라 불릴 정도로 돈 안 되는 어려운 사건을 종종 담당하고 있습니다. ‘재심’의 모티브가 된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피살사건’도 그가 진상규명에 힘 쓴 사건입니다. 영화 같은 삶을 살아가는 박준영 변호사의 활동을 살펴봤습니다.

글ㆍ기획=최유경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

디자인=김경진 기자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작은 공화국>

https://www.facebook.com/movielikekorea

1.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피살사건’의 개요

당시 전라북도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 유모씨가 범인에게 흉기로 12군데를 찔려 사망한 이 사건은, 경찰과 검찰이 강요와 협박을 통해 ‘가짜 살인범’을 조작해 낸 사건으로 알려지며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죠.

당시 경찰은 사건의 목격자였던 15세의 최모씨를 용의자로 특정했습니다. 무죄를 입증하지 못한 그는 1심에서 징역 15년, 2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 받은 뒤 형기를 채우고 지난 2010년 출소했죠.

2. 용의자 체포

사실 사건 발생 3년 후인 2003년 6월, 진범으로 추정되는 김모씨와 임모씨가 경찰에 체포되고 그들의 진술이 범행 정황과 더욱 일치했음에도,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이 믿기 힘든 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 898회(2013년 6월 15일 방영)와 994회(2015년 7월 18일 방영)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후 최모씨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2016년 11월 17일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죠.

3. ‘재심’의 제작

영화 '재심'은 이러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처음으로 알린 SBS 이대욱 기자와 실제 최모씨의 재심을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 측의 제안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영화화가 시작될 무렵 사건의 재심이 확정됐고, 촬영이 끝날 때쯤 최모씨의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제작 당시엔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라 영화 속 법정 신은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죠.

영화 속 이준영 변호사(정우)는 실제 약촌오거리 사건의 재심을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를 여러 면에서 본 딴 모델로, 김태윤 감독이 직접 박 변호사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각본을 썼다고 합니다.

4. 박준영 변호사의 행적

영화와 마찬가지로 박 변호사는 고졸 학력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한 ‘흙수저’ 변호사입니다. 학벌도 떨어지고 인맥도 없었던 그를 믿어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사건을 맡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죠.

영화 속 준영이 생활고를 겪으며 오직 돈과 인기만을 좇아 사건을 맡았던 것처럼, 박준영 변호사도 사실 처음에는 대의보다는 생계를 위해 국선 변호를 맡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도전하니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그가 목격한 공권력의 전횡에 대해 침묵할 수 없었고, 약자들의 억울한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죠.

그렇게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싸워오다 보니, 십 수년 만에 열린 ‘친부 살해 혐의 무기수 김신혜씨 사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치사 사건’ 등의 재심에서 승소하며 오늘날의 위치에 올랐습니다.

5. 현실적인 어려움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가난하거나 학력이 낮고, 심지어는 장애가 있는 의뢰인들을 위한 재심 전문 변호사∙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다 보니, 수임료를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죠.

이 때문에 그는 ‘파산 변호사’, ‘바보 변호사’라 불리며 경제적 위기에 몰렸지만, 지난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시민들로부터 5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아 고비를 넘겼습니다.

이는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약자들의 편에서 무료 변론을 해왔던 그에 대한 시민들의 힘찬 응원이었을 것입니다. 덕분에 그는 여전히 소신을 지키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6. 휴먼 드라마 ‘재심’

영화 ‘재심’은 박준영 변호사와 최모씨가 그랬던 것처럼, 살인 누명을 벗기 위한 노력과 정의를 구현하고 진실을 입증하기 위한 고군분투를 담아낸 휴먼 드라마입니다.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것이다. 그 과정은 여러 사람의 협력과 연대로 이뤄진다.” – 박준영 변호사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 정의를 향한 그의 집념을 응원합니다.

"공익 변호사 일이 돈도 못 벌고 힘들지만, 누군가는 사법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진실은 법을 통해 반드시 밝혀진다는 사례들이 쌓여야만 세상이 변한다.” – 박준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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