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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공룡 구애’ 화석, 세계 최초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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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공룡 구애’ 화석, 세계 최초 발견

입력
2016.01.0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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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소와 미국 콜로라도대 국제공동연구팀이 콜로라도주에서 발견한 육식공룡의 구애행위 흔적 화석. 문화재청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미국 콜로라도대 국제공동연구팀이 콜로라도주에서 발견한 육식공룡의 구애행위 흔적 화석. 문화재청 제공

수컷 육식공룡이 짝짓기를 위해 구애하던 흔적이 한국이 참여한 연구팀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임종덕 연구관과 미국 콜로라도대 마틴 로클리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미국 콜로라도주의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서 구애행위 흔적을 발견하고 연구 내용을 담은 논문을 7일 세계적인 학술저널 ‘네이처’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했다고 이날 밝혔다. 뼈 화석이 아니라 발자국 등 공룡의 행동이 남긴 ‘흔적화석(trace fossils)’이 공룡의 생태상을 밝힐 수 있다는 증거로 주목할 만한 발견이다.

국제공동연구팀이 구애행동 흔적으로 추정한 화석은 공룡이 발로 바닥을 파낸 구덩이 흔적이다. 연구팀은 둘 이상의 수컷이 발톱으로 땅을 파내는 것을 보고 암컷이 수컷의 힘을 평가해 짝짓기 대상을 선택했다고 봤다. 발 힘이 강할수록 알 둥지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생 동물 중에는 육식공룡처럼 땅에 둥지를 만드는 물떼새나 타조가 이런 구애행동을 한다.

임 연구관은 “구덩이 주변에서 알이나 음식, 물 자국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두 마리 이상의 육식공룡이 같은 자리에서 둥지도 아니고 음식 저장고도 아닌 구덩이를 팔 이유는 짝짓기 경쟁 뿐”이라 설명했다. 비슷한 구덩이 화석이 콜로라도주 서부 2곳과 동부 1곳에서 최소 50개 이상 확인됐다.

두 마리의 수컷 육식공룡이 땅을 파내는 힘을 경쟁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현생동물 중에서는 물떼새나 타조가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짝짓기 경쟁을 벌인다. 문화재청 제공
두 마리의 수컷 육식공룡이 땅을 파내는 힘을 경쟁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현생동물 중에서는 물떼새나 타조가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짝짓기 경쟁을 벌인다. 문화재청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원들이 미국 콜로라도주까지 가서 공룡의 발자국을 연구하는 것은 한반도 남부에 고루 분포한 공룡발자국 화석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다. 전남 해남군 우항리, 보성군 비봉리, 여수시 낭도리, 화순군 서유리, 경남 고성군 덕명리에 있는 공룡발자국과 알 둥지 화석은 백악기의 공룡 흔적 화석산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문화재청은 이들 장소를 ‘남해안 일대 공룡 화석산지’로 묶어 2002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했지만 그 후 14년째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공룡 발자국 화석에 관한 국제 비교연구가 부족해 뼈 화석에 비하면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문화재청은 이번 발견으로 흔적화석의 학술적 가치가 높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임 연구관은 “뼈 화석을 통해 공룡의 생김새를 추정할 수 있다면 발자국 등 흔적화석을 통해서는 공룡의 생태를 추정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로 흔적화석의 가치가 강조된다면 남해안 화석산지도 세계유산으로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미국에서 진행한 국제비교연구를 유럽 지역으로 확대하는 한편 한반도 화석산지에도 이와 비슷한 흔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구애행위 흔적을 발굴하는 국제공동연구팀. 문화재청 제공
구애행위 흔적을 발굴하는 국제공동연구팀.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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