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선전ㆍ허위사실 유포 땐 광범위한 정보의 왜곡 우려,
선거의 공정성 확보 위해 필요"… 재판관 4명 반대, 의견 팽팽
선거운동 기간 동안 언론사 홈페이지에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ㆍ반대 글을 올리려면 실명인증을 받도록 한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30일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선거법상 ‘인터넷언론사 게시판 대화방의 실명확인’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주특별자치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 받자 적용 법률조항인 선거법 제82조의6 1항 등에 대해 낸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선거운동 기간 중 인터넷언론사 게시판 등을 통한 흑색선전이나 허위사실이 유포될 경우 언론사의 공신력과 지명도에 기초하여 광범위하고 신속한 정보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며 “실명확인 조항은 이런 인터넷언론사를 통한 정보의 특성과 우리나라 선거문화의 현실 등을 고려해 입법된 것으로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헌재는 실명확인 조항이 ▦확인이 필요한 기간을 ‘선거운동 기간 중’으로 한정하고, 그 대상을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의 게시판ㆍ대화방’ 등에 ‘정당ㆍ후보자에 대한 지지ㆍ반대의 정보’를 게시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는 점 ▦인터넷 이용자는 확인을 받고 정보를 게시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확인에 별다른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점 ▦확인 후에도 게시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고 다만 ‘실명인증’ 표시만 나타나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는 “실명확인 조항이 게시판 이용자의 정치적 익명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및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8월 헌재는 인터넷 실명제의 근거가 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1항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했다. 인터넷 게시판에 의견을 올릴 때 서비스제공자가 실명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취지이다. 두 가지 헌재 결정을 종합하면, 일반적으로 인터넷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지만 선거법 관련의 경우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예외로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정미ㆍ김이수ㆍ이진성ㆍ강일원 재판관은 이날 헌재 결정에 반대의견을 남겼다. 이들은 “정당한 익명표현과 유해한 익명표현을 구분하는 명확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책임 있는 의견이 개진되거나 위법한 표현행위가 감소될 것이라는 추상적 가능성만으로 유익한 익명표현까지 사전적ㆍ포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축시켜 선거의 공정이라는 입법목적 달성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범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제재수단이 마련돼 있는데도 수사 편의와 선거관리의 효율성에만 치우쳐 익명 표현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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