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국 의사당 내 상ㆍ하원 합동연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6일(현지시간)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이날 하원 의사일정을 진행하는 도중 의원들에게 “외국인 지도자의 상·하원 연설은 자동으로 부여되는 권한이 아니다”라며 “받을 만한 이가 얻는 영예”라고 운을 뗐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지칭해 “이민 금지 시행 이전에는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 장소인 의사당 내)웨스트민스터 홀 연설에 강력히 반대했을 것이고 시행 이후에는 훨씬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웨스트민스터 홀 연설을 요청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버커우 하원의장은 또한 “미국과의 관계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이곳(웨스트민스터 홀)에 관해서라면 인종차별과 성차별, 법 앞의 평등에 대한 우리의 지지, 사법부 독립 등은 하원에서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들”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의회는 웨스트민스터 홀을 연설 장소로 이용할 경우 상ㆍ하원의장을 비롯한 3명의 승인자 간 합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내 영국을 국빈방문할 예정이나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가장 최근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외국 정상은 2011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1982년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연설했다. 1970년 이래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연설한 외국 정상으로는 오바마와 레이건 이외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 대통령이 유일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총리실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웨스트민스터 홀 연설에 관심이 없다고 보도했다. 의회 연설이 기성 정치를 연상시키는 행동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노선과 다르다는 이유다.
영국 총리실 관계자는 하원의장의 개입이 “매우 정치적이고 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영국 내 반(反)트럼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하원의장 또한 여론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국빈방문을 총리를 상대로 하는 공식 방문으로 격을 낮춰달라는 하원 온라인 청원에는 170여만명이 서명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트럼프의 국빈방문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이를 거부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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