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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표향 기자

등록 : 2017.09.13 18:01
수정 : 2017.09.13 18:49

“위안부 문제 해결될 때까지 다른 영화는 안 만듭니다”

'귀항 끝나지 않은 이야기' 선보인 조정래 감독

등록 : 2017.09.13 18:01
수정 : 2017.09.13 18:49

조정래 감독은 “‘귀향’과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마음과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영화”라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위안부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지난해 2월 개봉한 ‘귀향’은 국민이 만든 ‘기적의 영화’라 불렸다. 7만5,000여명의 시민이 모금한 제작비로 기획 14년 만에 만들어졌고,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해 애태울 때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예매율을 높여 직접 극장 문을 열었다.

그리고 358만 관객이 영화에 담긴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눈물로 응답했다. 극장 밖에선 한일위안부합의 비판 여론이 들끓을 때였다.

이후 ‘귀향’은 1년 반 동안 전세계를 여행했다. 10개 나라 61개 도시에서 1,300회 이상 상영회가 열렸다. 연출자 조정래 감독은 동포사회와 시의회, 대학, 시민단체 등 ‘귀향’을 찾는 곳이면 어김없이 달려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힘든 줄도 몰랐다.

이번엔 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14일 개봉)를 새로 선보인다. 본편에 미처 담지 못한 에피소드와 위안부 할머니들의 육성 증언을 담은 후속편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 감독은 이 영화를 “필름으로 보는 증언집”이라고 정의하며 “해외 상영회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후속편 제작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유럽과 일본 현지 관객들이 유난히 큰 충격을 받더군요. 위안부 문제를 아예 몰랐던 겁니다. 그 모습에 저도 놀랐죠. 한번은 프랑스의 한 대학에서 상영을 했는데 질의응답만 3시간을 했어요. 현장 통역에 오류가 있을까 봐 중요한 용어와 문장을 미리 번역하고 감수한 자료를 준비해 갔는데도, 역사적 사실과 현재 상황 등 쏟아지는 모든 질문에 답을 하기엔 스스로 한계를 느꼈어요. 본편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속편이 개봉한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해외에서 상영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조 감독은 “요즘 새벽마다 시간대가 반대인 나라에서 걸려오는 문의 전화를 받는 게 중요 일과”라며 웃었다.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본편에서 편집된 에필로그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육성 증언이 담겼다. 커넥트픽쳐스 제공

새로 추가된 내용 중엔 에필로그가 눈에 띈다. 위안부 피해자를 연기한 배우들이 요즘 10대, 20대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엄마와 거리를 걷는다.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빼앗긴 일상을 되돌려주는 장면이다. “할머니에서 소녀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과거엔 ‘왜 할머니가 일본군에 끌려갔냐’고 묻는 어린 학생들도 있었어요. 그분들도 평범한 여성이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위안부 문제를 담은 영화 ‘아이 캔 스피크’도 개봉한다. 조 감독은 크게 반겼다. “‘귀향’ 후원자 중에는 영화가 너무 아플까봐 무서워서 아직도 영화를 못 본 분들이 많아요. 그 분들도 ‘아이 캔 스피크’는 보실 수 있잖아요.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몰라요. 앞으로도 꾸준히 위안부 영화가 만들어져야 해요.”

조 감독은 평소에도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다른 영화는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농담처럼 “셀프 감금 상태”라고도 했다.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신작 ‘광대’는 무기한 미뤘다. 첫 편을 만들 때 46명이던 위안부 생존자는 그 사이 35명으로 줄었다. “시간이 없다는 절박함” 그리고 “위안부 문제에 무지했다는 자책과 속죄 의식”이 조 감독을 움직이는 힘이다. 올 연말에는 2002년부터 나눔의 집에서 봉사하며 촬영한 영상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에움길’을 선보일 예정이다. 에움길은 지름길과 반대되는, 빙 둘러서 가는 길을 말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기나긴 여정을 담은 제목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활동은 거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인권운동이자 평화운동입니다. 저는 활동가는 아니지만 대신 영화로 목소리를 낼 수 있잖아요. 일본이 공식 사과하고 배상하는 그날까지 할머니들 곁에 있을 겁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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