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가 유럽 여행 중 지진으로 조기 귀국 통보를 받고도 따르지 않은 공무원을 진앙인 북구 흥해읍으로 발령냈다.
포항시는 지난 11일 공무원 3명의 인사를 단행, 인사팀장 A(52)씨를 흥해읍사무소로 배치했다. 시의 주요 부서 간부가 일선 읍사무소로 발령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공무원 정기 인사철인 1월을 한달 남짓 앞두고 단행된 인사여서 사실상 좌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흥해읍사무소가 있는 흥해읍 옥성리와 포항 지진의 진앙인 흥해읍 망천리와는 직선 거리로 1.5㎞ 가량 떨어져있다.
포항시 자치행정국 관계자는 “인사팀장이 먼저 흥해 지역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복귀 지시를 따르지 않은 점도 고려해 발령을 냈다”고 말했다.
인사팀장 A씨와 포항시 공무원노동조합 소속 공무원 등 10여명은 해외 선진지 견학으로 지난달 14일 7박8일간 유럽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포항을 떠났다. 이들은 15일 포항지진이 발생하고 오스트리아 빈에서 상황을 통보 받았으나 “비행기표를 못 구하겠다”며 바로 귀국하지 않았다. 이어 유럽에서 남은 일주일 일정을 다 소화하고 지진 발생 후 일주일째인 21일 낮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지진 발생 당시 공무원들이 머물렀던 오스트리아 빈을 비롯해 국경인 독일과 체코 프라하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루프트한자 등 다수의 항공사가 매일 인천까지 직항편을 운항 중이었다. 때문에 포항시청 내부에서도 “하루 이틀 정도면 몰라도 일주일이나 표를 구하지 못했다는 해명은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며 비난이 쏟아졌다.
공무원 10여명이 갔던 선진지 견학은 포항시가 노조 격려 차원에서 보내준 관광으로, 1인당 경비도 350만~400만원을 호가하는 호화상품으로 알려졌다. 포항시공무원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다른 직원들은 연일 비상 근무로 녹초가 돼 가는데 일부라도 먼저 왔어야 되는 것 아니냐”, “노조를 탈퇴하겠다”는 등의 항의가 빗발쳤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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