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명 몰려...축의금도 안 받아
황 장관, 딸에게 보내는 편지 읽으며 눈물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인 황교안(58) 법무부 장관이 딸을 출가시키며 눈물을 흘렸다. 청첩장도 돌리지 않고 혼주 이름도 감췄지만 이날 300석 규모의 예식장은 법조계 인사와 교회 지인 등 하객 500여명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친지들은 딸 앞에서만큼은 평범한 아빠였던 황 후보자를 박수로 응원했다.
황 후보자의 딸 성희(29)씨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에서 화촉을 밝혔다. 신랑은 수원지검 안산지청 조종민(32ㆍ사법연수원 40기) 검사로 황 후보자의 성균관대 법대 후배이며 기독교 신앙인이다.
황 후보자는 이날 결혼식 안내판 혼주명에 자신의 이름은 빼고 가운뎃점(ㆍ)만 찍게 했다. ‘신부 측 혼주 인사와 방명록은 생략함을 양해바랍니다’라고 적힌 안내문도 식장 입구에 놨다. 김주현 법무부 차관 등이 황 후보자 대신 하객을 맞았다. 후임 법무장관 하마평에 오르는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 등 법조계 인사를 비롯해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김수민 국정원 2차장 등도 참석했다.
황 후보자는 ‘축의금과 화환도 사양합니다’라고 했지만 식장 단상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진태 검찰총장이 보낸 화환이 좌우로 하나씩 놓였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40년 지기인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화환을 보냈다.
황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혹여 구설에 오를 빌미를 만들지 않으려는 듯 노출을 자제하다가 결혼식 시작 30분 전쯤 나타났다. 그는 하객들에게 “미안해요. 오해의 소지가 있잖아요”라며 1시간 30여분 전부터 찾은 하객들에게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미안함을 표했다. 황 후보자는 청첩장을 안 돌린 이유로 “가족들과 작은 결혼식으로 치르려 했고, 하객들에게도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청문회) 준비는 잘 되가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 결혼 준비 잘하고 있습니다”라고 웃으며 에둘렀다.
이어 “딸 보내는 마음은 다 같다. 애석하고 아쉽다”던 그는 식장에서 딸에게 쓴 편지를 읽으며 연신 울먹였다. 그는 ‘그 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아빠의 마음’ ‘너에게 꼭 잘해주고 싶었는데’ 등을 읽다가 감정이 북받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황 후보자의 친구이자 신랑의 학교 선배인 강영호 특허법원장은 주례를 보며 “아버지가 우는 건 처음 본다”면서 신랑 신부에게 “믿음 안에서 사랑하며 살라”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