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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 美 임신 고교생 ‘졸업식 참석 금지’ 징계 논쟁

입력
2017.05.28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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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부도덕한 행위로 교칙 어겨”

가족들 “감옥 다녀 온 학생도 참석”

WP 기사엔 찬반 글 수천개 팽팽

혼전임신으로 졸업식 참석이 불허된 매디 렁클스 여고생의 사연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 제작 영상물 캡쳐 화면.
혼전임신으로 졸업식 참석이 불허된 매디 렁클스 여고생의 사연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 제작 영상물 캡쳐 화면.

우수한 성적의 모범생이었던 학생회장이 혼전 임신을 하자 고등학교 측이 이를 ‘부도덕한 짓’이라며 졸업식 참석을 불허하면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헤이거스타운의 기독교 사립학교 ‘헤리티지 아카데미’에서 여론을 뒤흔든 사건이 벌어졌다. 졸업반 여학생 매디 렁클스가 임신 사실을 알려온 것이다. 매디는 2009년 입학 이래 줄곧 A학점을 받고 올해는 학생회장까지 맡을 정도로 모범생이었다.

위원 중 한 명이던 매디의 아버지(스콧 렁클스)가 사퇴한 가운데 열린 학교운영회는 데이비드 홉스 교장 주도로 ‘정학 2일 및 졸업식 참석 금지’ 징계를 내렸다. 정학은 각오했지만, 고교생활을 마무리하는 졸업식까지 참가할 수 없게 되자 매디 가족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학교와 매디 가족은 혼전 임신 여고생을 어떻게 다루는 것이 더 기독교적 접근인가를 놓고 다투고 있다. 이 논란은 언론에 소개되면서 미국 사회도 양분되고 있다.

매디와 가족은 “감옥까지 간 학생에게도 졸업식을 허용했던 사례를 감안하면, 너무 가혹한 징계”라고 말했다. 가족 측은 “학생 신분으로 임신한 건 잘못이지만,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기독교 정신을 강조하는 학교가 미혼모를 이렇게 다뤄도 되냐”는 주장이다.

낙태 반대운동 단체도 학교를 비판하고 나섰다. ‘생명을 위한 전진’의 쟌 맨시니 회장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젊은 여성들은 수치심 때문에 잘못된 결정(낙태)을 내릴 수 있다”며 “헤리티지의 교칙을 존중하지만, 이번 결정이 나중에 임신한 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학교 조치는 기독교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디 렁클스(오른쪽)와 그를 징계한 헤리티지 아카데미의 데이빗 홉스 교장.
매디 렁클스(오른쪽)와 그를 징계한 헤리티지 아카데미의 데이빗 홉스 교장.

반면 홉스 교장은 “1969년 개교한 헤리티지는 기독교 정신에 맞는 절제와 혼전 순결을 강조하고 있으며 우리는 혼인 관계의 아름다움을 중시한다”고 주장했다. 또 “졸업식 참석 불허는 임신 때문이 아니라 매디가 교칙이 정한 ‘부도덕한 행위’를 했기 때문이며, 징계 조치는 다른 학생들에게 교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건이 게재된 워싱턴포스트 기사에는 댓글 2,000여개가 붙을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졸업식 참석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소 많지만 학교를 지지하는 여론도 만만찮다. 비난과 조롱을 감수하고 혼전임신을 공개한 매디 학생이 가혹한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함께 교칙에 이미 정한 부도덕한 행실을 한 만큼 그 정도 처벌은 당연하다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복중 태아의 아버지는 고교를 졸업했지만, 매디와 고교 동문은 아니라고 전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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