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5년 만에 본관 점거
“교통, 학과 이전 대안 없이 강행”
총장 “동의 없이 추진 않겠다”
‘시흥캠퍼스 사업’에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들이 실력행사에 들어 갔다. 일부 학생들은 본관을 점거하고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의 본관 점거는 2011년 5월 법인화 거부 농성 이후 5년 만이다.
11일 서울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학생들은 전날 전체 학생총회를 마친 후 관악캠퍼스 본관 총장실을 포함한 4층을 점거한 채 이틀째 농성 중이다. 총회에 상정된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 요구’ 안건을 참석자 1,980명 중 1,483명(74.9%)이 찬성했고 ‘본관 점거투쟁’을 56.2%가 지지했다. 전날 1,000여명이 오후 9시30분쯤 본관으로 집결한 뒤 현재는 50여명이 상주하고 있다.
총학생회는 학교 측이 실시협약을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총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13년 시흥캠퍼스안이 처음 공론화됐을 때부터 3년 넘도록 협약 철회를 요구했지만 대학본부는 불통으로 일관했다”며 “학교가 밀실 협약 체결을 사과하고 실시협약을 철회해야 점거를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논의는 2007년 시작됐다. 학교는 2025년 세계 10위권 대학 진입을 목표로 어학교육과 다문화 체험을 통한 ‘글로벌리더십 캠퍼스’ 청사진을 내놨다. 그 해 부지 공모를 거쳐 시흥 배곧신도시가 선정됐고, 2009년 시와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2013년 민간사업자 선정을 계기로 지방캠퍼스 계획이 공개된 이후 올해 8월에는 시흥시와 실시협약까지 맺어 사업 착수를 코 앞에 둔 상황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사업 내용이 부실하다”며 지방캠퍼스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학교 측은 특정 학년ㆍ학과 학생들을 시흥캠퍼스에 상주시키는 기숙형대학을 표방하나 교통문제 등 걸림돌 해결에는 속 시원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대학본부는 기숙형대학은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이 방법을 제쳐 놓고 학생들을 어떻게 지방에 머물게 할지 대안이 없는 상태”라며 “셔틀버스 운영, 수업이전 등 학교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변화에 대비할 예산마련 계획조차 알리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의 기업화’ 우려도 학생들이 지방캠퍼스를 꺼리는 이유다. ‘산업수요에 맞춘 연구 활성화’라는 학교 측 비전은 기업 투자를 전제로 해 학문 연구가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기업 투자가 수반되지 않을 경우 무리한 캠퍼스 확장으로 등록금 인상 등 학생들에게 부담이 전가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크다.
성낙인 총장은 비판 여론이 들끓자 지난달 전체 재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단과대 및 학과 이전은 물론, 핵심사업인 기숙형대학 역시 학생들의 동의 없이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서울대가 학생들과 대화협의체를 거치지 않고 시흥시와 캠퍼스 조성에 관한 실시협약을 체결한 바 있어 학생들의 의구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상연(23ㆍ사회학과) 시흥캠퍼스 전면철회를 위한 학생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사업을 확정해 놓고 학생들과 대화하자는 건 학교 측 횡포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조만간 내부 협의를 거쳐 학생들과 본격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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