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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도 중력파, 올해 또 중력파…중력파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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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도 중력파, 올해 또 중력파…중력파가 뭐길래

입력
2016.02.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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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세기 전 주장한 중력파의 존재를 과학자들이 확인했다. 킵 손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가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중력파 검출 연구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세기 전 주장한 중력파의 존재를 과학자들이 확인했다. 킵 손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가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중력파 검출 연구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미국의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ㆍ라이고) 연구단이 중력파를 검출했다고 공식 발표하기 훨씬 전부터 인터넷과 국제학술지 등에서는 중력파 검출 성공 소문이 기정사실처럼 회자됐다. 학술논문 게재 등의 공식 절차로 학계의 검증을 받지 않은 연구결과가 입소문을 타 국제학술지에서까지 다뤄지는 일은 과학계에선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중력파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중력파 검출이 과학사에서 갖는 의미는 단순한 실험 성공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과학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옳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최종 증거이면서, 인류가 우주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현대과학이 추정하는 우주의 시초는 약 138억년 전 일어난 대폭발(빅뱅)이다. 빅뱅 이후 극히 짧은 순간에 우주가 빛보다 빠른 엄청난 속도로 팽창해 지금처럼 전체적으로 균일해졌다. 이 과정에서 우주공간 전체에 전자기파가 빛의 형태로 퍼지면서 물질의 분포와 중력이 변하고, 이에 따라 시공간이 휘어졌다. 시공간의 휘어지는 현상이 우주에 점점 퍼지면서 물질(질량)과 중력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중력파가 생겨났다.

이후 중력파는 커다란 별이 폭발하거나 블랙홀이 충돌하는 등 대규모 우주현상이 일어날 때 발생해 우주공간으로 퍼졌다. 중력파가 지나가는 곳에 있는 물체는 아주 짧은 순간 중력의 방향과 세기가 바뀌며 모양이나 위치, 크기가 미세하게 변했다가 되돌아 온다. 시간도 이 영향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느려졌다 원래 속도로 돌아온다. 중력파가 퍼져나갈 때마다 호수에 던진 돌이 연속적으로 물결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시간과 공간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101년 전 일반상대성이론 논문을 통해 이런 현상을 처음 제시했다.

2014년 3월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연구진은 우주 초기에 생성된 중력파를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남극에 설치한 망원경 ‘바이셉(BICEP)2’가 중력파가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는 특별한 흔적(편광ㆍ빛이 일정한 방향으로 진동하는 현상)을 우주에서 감지해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 연구진은 실험 과정을 “지름이 보름달의 10배에 이르는 우주영역에서 극히 미세한 편광 신호를 감지하는 건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 같은 작업”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흔적은 중력파가 아닌 우주먼지가 남긴 것으로 결론이 났다. 독특한 잡신호를 중력파로 오인한 것이다.

라이고 연구진은 검출된 중력파 신호에 대해 “우주먼지일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중력파 검출 설비 라이고는 바이셉2와 달리 모두 우주 초기가 아닌 천체 활동에서 발생한 중력파를 “사진기가 사진을 찍듯” 직접 포착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건설한 라이고는 4㎞ 길이의 레이저를 두 방향으로 쏘아 거울에 반사시켜 되돌아 오는 동안 빛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감지해 중력파의 존재 여부를 확인한다. 우주에서 생성된 중력파가 지구를 지나갈 때 레이저가 비뚤어지면서 길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네덜란드가 함께 건설한 중력파 검출 설비 ‘VIRGO(버고)’ 역시 레이저 길이만 3㎞로 짧을 뿐 원리는 같다.

라이고와 버고 연구진은 2007년부터 자료를 공유하며 협력해왔다. 잡신호를 중력파로 오인할 수 있는 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라이고 설비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과 워싱턴주 핸퍼드에 각 1대, 버고는 이탈리아 피사에 1대가 있다. 라이고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의 강궁원 대변인은 “3대에서 한꺼번에 중력파 신호가 검출되면 잡신호일 확률이 극히 낮고 우주공간 어디서 왔는지 정확한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계는 이번 중력파 검출 성공으로 지금까지 빛이나 전자기파에 의존해야 했던 우주 관측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자기파가 스마트폰의 시대를 만들어낸 것처럼 중력파가 지금은 인류가 전혀 생각지 못하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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