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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문재인표 중소기업 정책에 한숨-환호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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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문재인표 중소기업 정책에 한숨-환호 동시에

입력
2017.05.2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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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조업계 “근로시간 줄이면 다 망해”

개성공단 기업 “남북경협 재추진 기대”

#2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 등

지원책 대상 기업은 정책 ‘지지’

제조업은 비정규직 감축에 ‘반발’

한 중소기업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모습.
한 중소기업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모습.

“지금도 외국인 노동자를 수혈해서 겨우 공장을 돌리고 있는데, 근무 시간을 강제로 줄이면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다 망할 겁니다.”

경기 안산에서 자동차 부품을 만들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A사 신 모 대표는 새 정부 출범 후 한 숨을 쉬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현재 주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겠다고 한 공약 때문이다.

지난 22일 안산 시화공단에서 만난 신 대표는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24시간 3교대로 공장을 돌리는 중소기업한테는 꿈같은 얘기”라며 “제도를 시행하기 전 정부가 확실한 보완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경기 인천에서 간장ㆍ된장 등을 제조하는 중소기업 D사 임 모 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새 정부가 소상공인 사업영역 보호를 위해 적합업종 법제화 추진을 약속해서다. 임 대표는 “동반성장위원회 권고로 장류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돼 있지만 별다른 제재가 없어 대기업이 이 시장에 너도나도 들어와 있다”며 “새 정부에서 적합업종 법제화를 꼭 추진해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살길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중기 정책에 중소기업계 희비가 업종ㆍ사안별로 극명히 갈리고 있다. 중기 적합업종 법제화, 개성공단 재개, 중기 고용지원 정책 등의 혜택을 받는 중소기업들은 새 정부 중기 정책에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근로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감축 등의 공약은 제조업 중기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에 가장 큰 기대를 나타내는 곳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개성공단 가동 재개 등 남북 경협사업 재추진 의사를 뚜렷이 밝혀왔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삼덕통상의 문창섭 회장은 “남북 정세에 따라 공단 가동 재개 시점이 결정되겠지만, 남북경협사업 재추진 의지가 있는 새 정부 출범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일손이 부족했던 벤처 업계도 문재인표 중기 정책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이 2명의 청년(15~34세)을 신규 채용하면 정부가 3번째 채용자에 대해 3년간 임금 전액을 지원하는 고용지원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벤처기업 망고플레이트를 경영하는 김대웅 대표는 “자금 사정으로 일손이 부족해도 채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새 정부 정책이 시행된다면 직원 채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기 적합업종 법제화 정책도 중소기업계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전통떡과 청국장, 순대, 유리 가공업 등 올해 적합업종에 지정된 종목에서 해제되는 업종의 중기들은 법제화 추진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영주 판유리산업협회 본부장은 “중기 적합업종 지정으로 그나마 유리가공을 하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공세에도 생존할 수 있었다”며 “법제화가 추진되지 않고 적합업종 지정도 끝나버리면 500여개 중소 유리 가공업체들은 극심한 경영난으로 폐업 위기에 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축소 등의 공약은 제조업 기반 중소기업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구인난 문제를 외국인 고용과 초과 근무로 해결해온 제조업 중기들은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 생존에 치명적 타격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중소기업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8조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해 내놓은 정책에 중소기업계가 찬ㆍ반 양측으로 갈린 것은 이례적 일”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중기 정책 실행 전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듣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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