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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따라 해볼까" 범죄 빠져드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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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따라 해볼까" 범죄 빠져드는 아이들

입력
2015.09.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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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폭발 과정ㆍ폭탄 제조법 등

인터넷ㆍSNS에 수없이 나돌아

죄의식 없이 배우고 행동 옮겨

정서적 어려움 겪을 땐 더 몰두

14세이하 범죄 증가세도 우려

1일 오후 서울 양천구 한 중학교 교실에서 소형 부탄가스를 터뜨리고 도주했던 중학생 이모군이 검거돼 이날 밤 양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서울 양천구 한 중학교 교실에서 소형 부탄가스를 터뜨리고 도주했던 중학생 이모군이 검거돼 이날 밤 양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서울 양천구 A중학교 교실에서 부탄가스를 폭발시킨 이모(15)군 사건에서 확인됐듯이 청소년 범죄는 갈수록 지능화하고 저연령화하고 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청소년들이 범죄 수법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온라인 공간에 무차별적으로 떠도는 유해정보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이군은 “유튜브에 올라온 폭탄 제조법 등이 담긴 동영상을 보고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이군은 평소 ‘테러’를 하고 싶다는 과대망상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인터넷이 해결해준 셈이다. “조승희처럼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고 했던 이군은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 범인인 조승희 동영상도 참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해 종북 논란이 일었던 신은미씨의 토크콘서트장에서 질산칼륨과 설탕, 황 등을 섞어 만든 소위 ‘로켓캔디’라는 사제 폭탄을 터트려 인명 피해를 입혔던 오모(19)군도 인터넷에서 제조 기술을 익힌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처럼 인터넷 공간에는 사제폭탄 또는 화염방사기 제조 방법 등 테러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널려 있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인터넷 등을 검색한 결과 사제폭탄 제조방법 등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한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부탄가스를 로켓처럼 폭발시키는 장면을 5분여에 걸쳐 촬영한 영상이 게시돼 있었다. 이 영상에는 모닥불을 피워 놓은 채 부탄가스를 폭발시키는 장면과 함께 그 위력과 제조 방법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이 포함돼 있었다. 또 한 포털사이트에서 ‘화염방사기 제조’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니, 라이터를 분해해 화염방사기를 만드는 방법이 여러 장의 스틸사진과 함께 소개돼 있는 한 블로그를 찾을 수 있었다. 이밖에 인터넷에는 ‘드라이아이스 폭탄 만들기’, ‘초딩 콜라폭탄 제조’ 등의 동영상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일부만 알던 범죄 수법이 공개돼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금방 이를 따라 배우고 직접 행동에 옮기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범죄 수법을 손쉽게 접하게 되자 범죄를 저지르는 나이도 점점 어려지고 있다. 최근 경찰청이 박남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살인과 방화 등 4대 강력범죄로 검거된 10대는 총 1만3,846명에 달했다. 또 이 중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 만 10~14세의 촉법소년 범죄 비율도 2011년 10.1%에서 2012년 11.7%, 2013년 11.9%, 지난해 15.4%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군처럼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모방범죄에 더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박정선 경찰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원만치 않은 교우관계나 성격적 결함 등으로 내적 갈등을 겪는 청소년들이 미디어 등을 통해 범죄 수법에 노출되면 모방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대책으로 내년 1월부터 인터넷 등을 통한 총포 및 화학류 제조방법 등의 게시와 유포를 금지하는 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과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범죄 수법을 담은 각종 유해 정보가 인터넷에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SNS를 통해 순식간에 전달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실제 억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곽대경 교수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가정과 사회 전반에 타인에 대한 배려와 생명존중에 대한 분위기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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