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입력하면 진짜같은 결제계좌
ID 도용,금전 피해 사례 많아
“전화로 직접 연락해본 뒤 거래를”
서울 양천구에 사는 주부 김모(33)씨는 얼마 전 네이버 중고물품거래카페(중고나라)에서 30여권으로 구성된 어린이용 그림책 전집을 사려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결제를 위해 네이버페이(네이버가 제공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구매 버튼을 누르고 네이버 아이디를 입력한 뒤 구매를 고민하던 몇 분 사이 네이버 측으로부터 ‘광고성 글을 게재한 계정’이라며 아이디 사용정지 조치를 당한 것이다.
자신의 아이디가 광고에 도용된 사실을 깨달은 김씨는 곧장 가족과 함께 로그인 과정을 되풀이 해 본 결과, 로그인 정보 입력 창에서 속임수 흔적이 여럿 발견됐다. 상단의 인터넷주소(URL)가 조잡한데다, 로그인 버튼 아래 ‘로그인 상태 유지’ 버튼은 눌리지도 않았다. 로그인 창에 가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했는데도, 제대로 된 정보를 입력했을 때와 똑같이 결제계좌 안내 창이 뜨기도 했다. 알고 보니 물품 판매자로 가장한 범인이 네이버 로그인 창과 거의 똑같은 가짜 로그인 창을 내세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유도하는 신종 사기 수법에 걸려들었던 것이다.
김씨는 30일 “먼저 돈을 입금한 사람에게 구매 우선권을 주는 중고거래 특성상 덜컥 돈을 보냈다면 아이디 도용뿐 아니라 금전 피해까지 당했을 것”이라며 “혹시 몰라 뒤에 문제의 계좌번호를 조회했더니 최근 3개월간 8건의 사기에 이용된 걸로 확인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네이버 중고거래 카페에서 버젓이 판매를 하도록 방치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맘카페 등엔 고가의 게임기, 유모차 등을 구매하려다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당했다며 주의하라는 당부 글이 수두룩했다. 가짜 로그인 창이기에 안심거래 장치인 에스크로(escrowㆍ물건 배송 전까지 입금된 돈을 3자가 보관하는 기능)가 당연히 작동될 리 없어 크고 작은 금전 피해까지 생기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중고거래 카페 관계자는 “판매자가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만 대화하자고 할 경우, 직접 통화를 하자고 제안하고 중고나라 카페에서 제공하는 ‘계좌 사기 정보 조회’로 해당 계좌를 검색하라”고 조언했다. “신종 수법에 대비한 탐지 시스템 작동”도 꼽았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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