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5일 동안 수십, 수백 번의 프레젠테이션 기회.”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14일부터 18일까지 5일 동안 열린 ‘굿-즈’에 대해 참여작가 윤향로가 남긴 짧은 트윗(트위터 게시글)이다. ‘굿-즈’는 미술계의 젊은 작가ㆍ기획자들이 기존 전시장을 탈피해 직접 운영하는 신생공간 15개가 1년 동안 준비한 전시 겸 미술장터다. 17일 현재 누적관객은 6,000명, 참여작가 80명의 총 수익은 약 8,000만원에 이른다. 당초 참여 작가들조차 ‘내 작품이 정말 팔릴까’ 반신반의하며 신생공간이 합동전시를 연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전시는 윤향로의 말대로 작가가 관객을 직접 만나고,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소개할 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자리였다. ‘굿-즈’의 주동자들은 만화영화나 아이돌 그룹 팬들이 ‘굿즈’라 부르는 원작 파생상품을 비싸게 거래하는 모습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참여작가들 가운데서는 이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고 미술작품을 값싸게 상품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의 말도 나왔다.
하지만 판이 벌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전시장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활기를 보였다. 어떤 작가는 싸게 팔릴 만한 소품을 새로 만들어왔고 또 다른 작가는 거꾸로 자신의 기존 작품을 전면에 내세워 설명에 열중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이 나자 하나 둘 관객들이 찾아와 지갑을 열고 작가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신의 작품을 사간 관객의 이메일주소를 모으거나 숫제 호구조사에 나서는 작가도 있었다. 신세대 작가와 신세대 수집가가 드디어 만난 것이다.
‘굿-즈’는 젊은 작가와 기획자의 ‘열정페이’를 기반으로 열린 행사여서 지속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굿-즈’의 대표 돈선필은 17일 좌담회에서 “굿-즈 2016은 없다. 우리는 5일 동안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술관 전시와 아트페어 사이에서 미술작품이 유통되는 새로운 방식, 즉 동시대 작가와 관객이 직접 교류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굿-즈’가 남긴 수확은 기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굿-즈’의 기적은 미술계에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질문을 던졌다. 미술작가와 관객은 언제까지 먼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가. 미술계 전체가 답할 시점이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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