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5일 고향인 부산에서 제대로 힘을 받았다. 부모님 집에서 하루를 묵은 뒤 “부모님이 큰 나팔꽃을 키우는데 오늘 열 개가 넘게 갑자기 꽃을 피웠다. 굉장히 길조라고 하셨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걸어서 국민 속으로’ 120시간 도보유세 이틀째, 안 후보가 자신감을 더해가는 모습이다.
안 후보는 이날 운동화를 신고 배낭을 메고 지하철로 이동하며 부산 구석구석을 돌았다. 부산진구의 부전시장을 시작으로 남구 유엔평화공원, 해운대 벡스코, 동래 사직야구장, 중구 BIFF거리ㆍ국제시장, 서면시민공원 등 바닥을 훑는 ‘뚜벅이 유세’다. 이동 시간을 포함해 도보유세 전체를 페이스북라이브로 생중계했다. 한시도 쉴 틈이 없는 강행군이다.
중간중간 비가 쏟아지기도 했지만, 안 후보를 맞는 부신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부전시장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고생이 많다. 꼭 이기라”고 응원했고 인절미를 담은 봉지를 건네는 상인도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던 안 후보를 알아보고 “팬이에요. 셀카 같이 찍어요”라고 다가오는 청년도 있었다. 자갈치시장 인근 BIFF거리에서는 안 후보가 등장하자 인증샷을 찍으려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을 찾기 어려웠다.
막판 피를 말리는 유세전 한가운데 서 있지만, 방송토론에서 보이곤 했던 어색한 모습은 이날 찾아 볼 수 없었다. 안 후보는 유년시절의 추억을 풀어놓는 여유도 보였다. 사직구장 방문을 앞두고 ‘야구 팬이냐’는 질문을 받자 “아유 그럼요”라며 “우리 학교(부산고)가 양상문 선수가 있을 때 5번이나 우승을 했다. 사실 고1 때는 의무적으로 구덕경기장에 가야 했다. 응원하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완전 팬이 됐다”고 수다스런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안 후보는 고향 유권자 앞에서 “찍어 달라”, “도와 달라”는 말을 하기 보다는 “고맙습니다”는 말로 지지를 호소했다. 안 후보는 “대선 출마할 때도 그랬다”며 “제가 도와달라 먼저 부탁하기 보다는, 먼저 도와드리겠다고 손을 내밀겠다는 게 제 기본 모드”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그러면서도 “1번, 2번 후보는 과거로 가는 선택”이라며 “미래를 향한 선택해 달라”는 당부를 빼놓지 않았다.
대선 승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도 보였다. 그는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원내 3당을 차지한 20대 총선을 언급하며 “그때보다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더 강하게 느낀다”며 막판 대연전극을 펼쳐질 수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안 후보는 특히 기자들과 만나 “(부모님이) 나팔꽃을 키우세요. 근데 오늘 갑자기 열 개가 넘게 꽃이 피었어요. 큰 나팔꽃이... 그래서 굉장히 길조라고 하셨습니다”고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에 정치 생명을 거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래야 나라가 살아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지금 간절하게 호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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