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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호의 매체는 대체] 연결의 힘

입력
2016.01.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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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균등하게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라는 미국계 캐나다 SF소설가 윌리엄 깁슨의 명언이 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하게, 우리 사회의 일상적 권리도 분명히 이미 와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균등하게 퍼지지 않아 미비한 곳이 종종 있다. ‘밤에는 잠 좀 자자’ ‘불법파견 좀 그만해라’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 그 정도 권리도 안 지켜져서 힘들여 싸워야 하는 현장이 존재하는 현실에 대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은 명료하다. 제도적 압력과 인센티브, 여론의 관심을 총동원해서 그냥 밤에는 잠 좀 재우도록, 불법파견 좀 그만하도록, 밀린 임금은 지급하도록 만드는 것 것이다. 대단한 정의감과 도덕률이 아니다. 시민들이 대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할 수 있어야 비로소, 어느 정도 발달한 사회가 제 구실을 하며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딘가 구멍이 생겼을 때 바로 그 구멍을 메우지 않으면 아무리 나머지 부분이 튼튼하다 한들 공기타이어는 납작해진다. 근래의 ‘헬조선’론이 ‘죽창 평등’과 ‘킹찍탈’(킹○○ 찍고 탈조선ㆍ젊은 세대의 역설적 자조)같은 속어까지 탄생시킨 과정을 돌이켜볼 때, 나머지 부분도 딱히 튼튼하다고 소문난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이미 누리고 있어야 할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여 싸우고 있는 모습은 금새 사회적 화제에서 사라지곤 한다. 혹은 다뤄지더라도 기막힌 사연에 처한 불쌍한 타인들의 특수한 싸움으로 그려지기 십상이다. 편의적인 각자도생 이데올로기든, 이왕이면 불편함을 덜 느끼고 싶은 우리들의 인지체계든, 예외성과 자극성에서 뉴스가치를 찾게 되는 일반적인 언론 속성이든,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하는 결과다.

그렇기에 필요한 것은 싸움들을 연결해주는 것이다. 소박한 권리조차 얻지 못해 싸워야 하는 이들에게, 자신만 그렇게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현실을 나누어 계속 싸울 힘을 주는 것이 연결이다. 그들의 싸움 과정을 우리 사회의 나머지 시민들에게 시의적절하게 상기시켜주는 것도 훌륭한 연결이다. 개별 싸움을 고립된 구경거리로 만들지 않고, 그것이 바로 우리 자신의 사회적 삶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제도적 현실이며 함께 개선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작업이다. 나아가 그런 작업을 위해 사람들이 각자의 전문성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한 연결이다. 관점과 표현방식의 깊이와 다양성을 통해서 더욱 우리 모두의 사안에 가까워진다.

그런 연결 작업의 부족을 한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왕이면 무언가 이뤄졌을 때 지지하며 널리 알리는 것이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이다. ‘기승전책광고’이긴 하지만, 최근 2권이 출간된 ‘섬과 섬을 잇다’가 그런 좋은 사례다. 소박한 권리를 보장받고자 수년째 조직화하고 싸우고 있는 평범한 이들의 여러 현장을, 르포작가들의 글과 만화가들의 다큐 만화를 통해 함께 다뤄내는 훌륭한 연결이다. 더욱 활발하고 대단한 연결 시도들이 각종 언론을 통해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미디어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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