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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국회 텔레비전’이 알려준 것

입력
2016.03.0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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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은 국회방송으로 필리버스터 생중계를 보면서 댓글을 달았다. /트위터리안 ‘더 레프트’ 제공
젊은이들은 국회방송으로 필리버스터 생중계를 보면서 댓글을 달았다. /트위터리안 ‘더 레프트’ 제공

“프랑스 대학 등록금 싼 거 부럽지? 프랑스 대학생 투표율은 83% 이상이다. 정치인이 대학생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지. 반면 대한민국은 36%쯤 된다. 너희 같으면 대학생 눈치 보겠니?”

최근 화제가 됐던 이 트윗은 2012년 총선 때도 인터넷을 한 차례 휩쓸었던 적 있다. 하지만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한국 20대의 투표율이 프랑스 20대 투표율보다 낮은 것은 맞지만 수치가 과장됐다. 선관위 집계에 따르면 2012년 총선 당시 20대 투표율은 45.5%였고, 같은 해 대선에서 20대 투표율은 68.5%로 5년 전에 비해 13.8%나 올랐다.

그러나 ‘20대 투표율 탓’은 선거 때마다 반복돼 왔다. 심지어 2012년 4월 총선 직후에는 “20대 투표율이 27%에 불과하다”는 루머가 떠돌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대가 특히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편견에서 나온다. 하지만 야당이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릴레이로 진행한 필리버스터 정국은 이 같은 편견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려줬다. 거친 몸싸움 대신 논리적이고 유머까지 곁들인 열정적인 연설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들은 국회방송을 단순히 시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며 ‘마이 국회 텔레비전’을 즐겼다(‘마국텔’ 모아보기). 온라인에서뿐 아니라 국회로 방청하러 온 이들도 많았다. 젊은이가 정치에 무관심하다면, 화살은 젊은이가 아니라 구태정치 그 자체로 돌려야 한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현상은 미디어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20대는 뉴스를 안 본다’ ‘20대는 시사에 관심 없다’고 말하기 전에 미디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교훈이다. 물론 요즘 젊은이들은 예전처럼 직접 신문을 구독하거나 정해진 시간에 TV를 틀어 뉴스를 보지 않는다. 뉴스 소비만을 목적으로 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에게 뉴스란 수많은 콘텐츠 중 하나일 뿐이다. 스마트폰에서 포털 앱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앱을 열어 자투리 시간을 보내다가, 타임라인 속에서 드문드문 등장한 뉴스를 보는 식이다.

하지만 그렇게 뉴스를 본다고 해서 젊은 수용자 층을 ‘뉴스 안 보는 사람’이라고 치부하고 전통적인 수용자 층을 위한 뉴스만 만들어선 안 된다. 그들은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확산시키는 주역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 좋은 뉴스나 콘텐츠를 보았을 때, 중장년층이 ‘좋아요’를 누르거나 나중에 다시 보도록 ‘저장’을 한다면 20대들은 친구들을 댓글에 ‘소환’하고 ‘공유’하면서 널리 알린다. 필리버스터를 국회방송으로 보면서 댓글로 소통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좋은 기사를 썼어도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려면 확산돼야 한다. ‘콘텐츠가 왕이라면 유통은 여왕’이라는 말은 진실이다. 그 동안 한국에서는 해외와 달리 ‘포털사이트 편집자’가 그 역할을 해 왔다. 점차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20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저널리즘의 본령에 충실한 비판정신이 살아 있는 뉴스,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스토리, 또는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지만 유용한 정보가 담긴 콘텐츠를 20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형식과 내용으로 만든다면 그 콘텐츠는 폭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언론사들은 그들의 타임라인에서 뉴스를 마주치도록 하기 위해, 뉴스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유통해야 하는지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해외 미디어들은 이미 젊은이들,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에게 접근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들의 성향을 데이터화해 심층 분석하는 것은 기본. 유력 매체들이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인 ‘스냅챗’의 뉴스채널인 ‘디스커버리’에 진출해 오로지 스냅챗만을 위한 짧은 세로영상 콘텐츠를 매일 제작한다. ‘뉴요커’ 같은 점잖은 매체조차 스냅챗에서 이모티콘으로 소통한다.

온라인 경제매체 ‘쿼츠’는 아예 사용자와 메신저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뉴스를 전해주는 앱을 만들었다. 그러한 앱을 만드는 기술은 특별하지 않지만 그런 앱을 만들어 소통하겠다는 발상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한 젊은이의 눈높이로,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재치 있게 운영하는 것은 더욱 더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 언론사에 필요한 것이 바로 그런 노력이다.

최진주 디지털뉴스부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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