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벤치마킹·자극제 역할"
세계은행(WB)이 우리 나라를 이른바 ‘중진국 함정’을 뚫고 전세계 ‘상위 20%’ 선진국 대열에 가장 최근 합류한 국가로 분류했다. 또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 사이에는 일률적이지는 않지만 매우 뚜렷한 차이와 배경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WB는 30일 각각 내놓은 ‘저소득에서 고소득 성장으로의 전이’와 ‘경제 개발에서 문화의 역할’이라는 두 편의 보고서에서 한국과 칠레, 싱가포르, 홍콩 등을 경제 개발의 모범 사례로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미국 대비 50% 수준을 넘어선 36개 선진국 대열에 2005년 무렵 안착했는데, 이후 한국의 뒤를 따라 ‘중진국 함정’을 확실히 넘어선 국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WB는 ‘중진국 함정’이 모든 나라의 경제성장 단계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1960년대 한국과 비슷했던 볼리비아, 가나, 아이티 등은 오히려 저소득 국가로 추락했다고 소개했다. 또 70년대 잠시 고소득 국가 대열에 진입했던 레바논 등은 80년대 이후 중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B는 ‘중진국 함정’을 돌파한 국가의 공통점으로 ▦높은 교육열 ▦창의성 ▦계층간 소득균형 ▦물가안정 등을 꼽았다. 특히 저소득 단계에서 중소득으로 이행할 때는 국민의 전반적 교육수준이 큰 영향을 미치지만, 고소득 단계로 넘어갈 때에는 교육수준이 비슷하더라도 특허건수와 같은 창의성 지표가 높은 국가의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WB는 당초 비슷한 처지였으나 경제개발에 성공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에 대한 비교 연구 결과도 제시했다. WB는 첫 번째 대표 사례로 한국과 아프리카 가나를 내세웠다.
WB는 고(故) 새뮤얼 헌팅턴 미 하버드대 교수를 인용, “두 나라 경제는 1960년 초반에는 ▦농업 위주 산업구조 ▦낮은 1인당 국민소득 ▦과도한 대외원조 의존 등의 유사점을 갖고 있었으나 불과 30년 만에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됐다”고 밝혔다. 또 “가나가 제자리에 머문 사이 한국은 세계를 누비게 됐으며, 1인당 국민소득은 18배나 차이가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제상황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칠레와 아르헨티나도 비교대상으로 꼽혔다. WB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남미 국가 ▦같은 종교(가톨릭)와 언어(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공통점에도 불구, 두 나라의 경제 상황은 극명하게 엇갈린다고 설명했다. 칠레는 구조개혁과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성장을 이룬 반면, 20세기 초 세계 10대 강국이던 아르헨티나는 부패와 통계조작 등 불투명한 경제정책으로 바닥을 헤매고 있다는 평가했다.
WB는 주변에 강렬한 벤치마킹 모델이 존재했는지 여부도 가난에서 벗어난 국가의 운명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싱가포르, 대만, 홍콩은 물론이고 한국이 경제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웃 일본의 성공 사례가 벤치마킹과 자극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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