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전까지 몰라 예정대로 업무
민주당 “스스로 국정 공백 초래”
황교안 국무총리가 2일 청와대의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내정 발표에 이임식을 준비했다가 취소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체 대상에 오른 황 총리와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후임 임명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는 계획이지만, 동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 청와대에 이어 내각의 국정공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황 총리도 이날 새 총리 인사 발표를 사전에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황 총리는 오전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뒤 오전 8시30분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총리ㆍ부총리 협의회를 주재하며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이 회의는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청와대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들어가자, 총리가 국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주요 장관들과 함께 매일 열기로 한 대책 회의다. 지난달 31일 첫 회의 후 하루를 건너 뛰고 가진 두 번째 회의였다.
하지만 청와대가 오전 9시30분에 총리, 경제부총리, 국민안전처 장관에 대한 인사를 전격 발표하자 총리실은 30분 뒤 황 총리의 이임식이 오후 1시에 열린다고 공지했다. 총리 인사 발표 직전까지 국정 현안을 점검하다가, 발표 직후 후임자의 국회 인준 절차가 시작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물러날 뜻을 밝힌 것이다. 후임 총리가 임명되기 전 이임식을 갖고 물러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특히 야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하야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총리까지 자리를 비우면 만약의 경우 대통령 권한 대행을 역시 교체 대상인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맡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이에 야권은 “정부가 스스로 국정공백을 일으키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이날 국회 예결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현미 위원장은 “신임 국무총리가 임명되지 않았는데, 황총리가 이임식을 한다는 것은 국정공백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누구를 상대로 예산안을 논의하냐”며 질타했다. 야권에선 “국정 개념조차 없는 지금 정부의 슬픈 단면”이라고 했다.
비판이 확산되자 황 총리는 이임식을 취소하고 당분간 총리직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감을 표명했던 터라 인사 발표에 맞춰 책임지고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려 했던 것인데, 국정 공백 우려가 제기돼 이임식을 취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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