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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수고용직 노조 허용, 늦었지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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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수고용직 노조 허용, 늦었지만 당연하다

입력
2017.10.18 19:4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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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관련 법을 제ㆍ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키로 했다. 특수고용직이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 기사, 캐디 등 그 수가 230만명에 이르는 중요한 경제 주체라는 점에서 진작에 취했어야 할 조치다.

특수고용직은 사업주에게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입을 얻어 생활한다는 점에서는 노동자와 같지만 근로계약이 아니라 용역ㆍ도급 등의 형태로 계약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있다. 이 같은 모순 때문에 이들은 노조 설립이 봉쇄되고 노동환경 개선을 꾀할 길이 막혀 노동보호 사각지대에 내몰렸던 게 사실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계약에 의해 할당된 업무를 처리하느라 아파도 못 쉬고 휴식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과로에 시달려 왔다. 이들의 노조 결성 시도와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충돌해 발생한 사회적 비용 또한 적지 않다. 이번 조치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는 점을 굳이 거론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당연한 것도 그런 사실 때문이다.

그러나 명분만 앞세우기에는 현실이 만만치 않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된 바람에 같은 특수고용직이라도 고용 형태가 다르고 사업주 종속성도 차이가 커 해결 과제 또한 다양하다. 특수고용직 상당수가 실적급제여서 향후 사업자 신분에서 노동자로 전환하면 세금 부담 또한 커질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4대 보험과 퇴직금 등의 부담 증가가 큰 걱정이라고 한다. 결국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저임금 인상 등 부담이 늘어난 마당이니 기업의 하소연이 빈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동 기본권을 더 이상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헌법이 노동3권을 보장한 것은 이들 권리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유엔 경제ㆍ사회ㆍ문화적 권리규약위원회가 “모든 사람이 노조에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노조 활동에 대한 자의적 개입을 예방하도록 노동법을 개정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답게 노조 할 권리를 진작 보장했더라면 이런 권고는 받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의 고충을 충분히 살피고 특수고용직 내부의 이해 관계도 두루 고려해야겠지만 일하는 사람 누구든 자유롭게 노조를 만들 수 있게 하겠다는 큰 원칙만은 이번에 확실히 정립해야 한다. 국회는 향후 관련 법 제ㆍ개정 과정에서 이런 원칙을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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