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5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지만 우려했던 폭력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평화 집회를 공언하고 불법을 자제한 주최측의 노력에 최대한 집회와 행진을 보장하려 한 경찰의 유연함이 더해진 결과다. 앞으로 준법 집회가 정착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집회 주최 측은 1차 집회 당시 일부 참가자들의 폭력시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이번에는 사전에 여러 차례 평화시위를 공언했고, 이를 이행했다. 참가자 수만 명은 서울광장에서 집회가 끝나자 거리행진에 나섰지만 경찰의 통제선을 지켰다. 전처럼 청와대 방면 진출을 시도하지 않았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피신해있는 조계사 방면으로 접근하지도 않았다. 집회 장소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등 현장을 정리하는 모습도 보였다. 행진 도중 차량 통행이 많은 종로대로에서 경찰이 배정한 2개 차로가 좁아 잠시 소요가 있었으나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찰의 차분한 대응도 돋보였다. 경찰은 살수차를 주변에 대기시켰지만 참가자들을 자극시키지 않기 위해 멀찍이 배치했다. 많은 인원이 몰리면서 참가자들이 한때 도로를 완전 점거했는데도 즉각 해산 절차에 들어가지 않고 경고방송 정도로 대응했다. 평화 집회를 유도한 종교단체 성직자와 폭력 시위 감시자로 나선 의경 부모들, 인권침해 발생 여부를 관찰한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들의 중재도 평화 집회를 가능케 한 요인이었다.
이번 2차 도심 집회는 폭력시위와 과잉 진압이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 얼마든지 법과 질서를 지키면서 평화적인 집회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사라지면서 참가자들의 메시지도 전보다 한층 뚜렷하게 전달될 수 있었다. 하지만 평화적인 집회 문화가 온전히 정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낙관하기 어렵다. 이번 집회가 무사히 끝날 수 있었던 데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양측의 자제에 기인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주최측과 경찰, 종교계 등이 평화 집회 준수를 위한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한 위원장이 경찰에 자진 출두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그는 2차 도심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되면 조계사에서 퇴거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노동개혁 바람이 거센 상황에서 위원장 공백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은 이해가나 그럴 수록 법 집행에 당당히 응해야 주장의 정당성에 명분이 선다. 아무튼 두 차례 대규모 집회를 통해 시민 대부분은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우호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성과가 소중히 지켜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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