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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억지로 잠 깨우려 조명을 눈 앞에 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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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억지로 잠 깨우려 조명을 눈 앞에 대고...”

입력
2017.05.0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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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와 외주는 밥도 따로 먹어요...”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에 신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CJ E&M 고(故) 이한빛 PD가 남긴 유서와 주변인의 증언이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만들고 있다. 그의 죽음을 통해 열악한 방송 콘텐츠 제작 환경이 세상에 알려졌고, 특히 외주 제작사의 낮은 처우와 노동력 착취에 가까운 근무 환경에 사람들은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신음하고 있고, 고 이한빛 PD를 극한의 환경으로 내몰았던 언어 폭력과 직장 내 차별, 심각한 노동 강도는 여전하다.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프란'(PRAN)은 청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과 함께 드라마 제작 환경실태를 영상으로 구성했다. 영상은 청년유니온이 온라인을 통해 익명으로 제보 받은 드라마 제작 스태프들의 실제 제보를 재구성했다. 제보 내용을 확인해보니 영상 콘텐츠 제작 환경에서는 차별 금지, 휴식 보장 등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노동자의 권리 조항은 거의 지켜지고 있지 않았다. 아래는 실제 제보 내용이다.

(A씨, 촬영팀)

저는 촬영감독이 되기 위한 꿈을 키우던 학생입니다. 학과 내 선배의 권유로 경험을 쌓기 위해 이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한 드라마 현장에 참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길다면 길었던 4개월의 시간은 저의 꿈을 다 엎어 놓았습니다. 단지 '막내'라는 이유로 촬영 이동 중 온갖 인격 모독적 발언을 수도 없이 들어야 했고 장소 이동 중 카메라팀이 탑승한 차량 안에선 여성에 대한 성적 비하발언을 끊임없이 들었어야 했습니다. 또 연출부에 계셨던 다른 사람들은 저보다 더 지옥이었을 것입니다. 그 분들은 사실상 휴일이라는 게 없을뿐더러 촬영이 없는 날에도 사무실에 나가 온갖 잡일을 도맡아야 했습니다. 심지어 사무실에 나가 일과를 끝낸 후에도 귀가를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을 통해 아직 드라마 현장에 계신 꿈을 키워나가는 젊은 분들의 환경이 개선 되기를 바랍니다.

(B씨, 조연출)

매일 쫓기듯이 현장 일과 사무실 일을 도맡아 하다 보니 우울감이 따라옵니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선배들의 갈굼에도 힘이 많이 들고요. 몸도 많이 힘들죠. 집에 못 들어 가는 날은 한 달에 10번이 넘었고, 야근은 없는 게 이상했습니다. 할 일이 있다면 야근을 할 수도 있는데, 선배들이 아직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야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성 스텝들을 향한 성희롱이 엄청 납니다. 회식 자리에서 술 강요하고, 원치 않는 스킨십에. 일상적인 외모평가와 비하.. 정말 꼭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C씨, 촬영팀)

진짜 바뀌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임금과 착취, 노동력 강요. 그리고 별의 별 사건들이 많다. 작품 빠르게 찍어내야 하니까 사람들 밥도 안 먹이고. 스트레스 상태에서 제작팀 구성원들끼리 갈등이 벌어지고. 삼류국가 노동자도 아닌데 비참한 대우가 너무 많다. 보통 사람들은 쪽잠이라도 자겠지 생각하는데. 3~5일 진짜 꼬박 밤을 샌다. 그러면 피곤해서 쓰러질 때가 있는데 잠들지 못하게 괴롭히기도 한다. 조명을 눈 앞에 가져다 대고 잠 깨라고. 아 이런 건 정말 말로 표현 못한다.

(D씨, FD)

일이 많고 고될 수는 있는데, 관리자들이 이걸 당연시 하는 말들에 기분 나쁘죠. 한 마디라도 고생이다, 고맙다, 제작환경이 녹록치 않아서 미안하다 - 이렇게 대해주면 일하는 사람들도 힘이 나는데. 이렇게 일하는 건 당연한 거다? 이런 식의 인식. 그리고 같은 제작팀에 소속 된 사람들은 인간적으로 밥은 같이 먹었으면 좋겠어요. 밥 먹는 자리에서도 공채, 외주 나누고. 연출부랑 현장인력 나눠서 밥 먹고. 말로는 한 팀이라면서 밥 따로 먹는 건 이상하잖아요.

(E씨, 작가)

막내작가한테는 메인 작가는 신성불가침이죠. 좋은 분 만나면 그나마 나은데, 어떤 경우에는 자기 휘하의 작가들을 시종처럼 여겨요. 개인적인 심부름 시키고, 기분 나쁘면 면전에서 모욕 주고. 제가 아는 사람은 선임한테 밉보였다가 집어 던진 물건에 맞아서 멍들기도 하고.

박고은 PD rhdms@hankookilbo.com

한설이 PD ssolly@hankookilbo.com

위준영 인턴PD

강희경기자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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