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 기자

등록 : 2018.07.12 16:20

거미 사냥방식에 따라 독 기능도 다르다

등록 : 2018.07.12 16:20

조망성 거미인 산왕거미.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는 거미와 거미줄을 치고 먹이를 기다리는 거미가 사용하는 독(毒) 기능은 같을까 다를까.

국내에 서식하는 거미들의 독 기능이 사냥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이 2016년부터 최근까지 성정석 동국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자생생물 유래 독성물질의 유용성 탐색’ 연구 사업 결과 거미가 품은 독이 사냥방식에 따라 세포막 파괴, 마비 등의 기능이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또 이러한 거미 독에서 항균 소재와 고혈압 치료제 등으로 쓸 수 있는 신규 펩타이드(아미노산이 연결된 작은 단백질) 2종도 발견됐다.

배회성 거미인 황닷거미.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연구진은 거미가 사냥하는 방식에 따라 다리의 길이, 발톱 수, 눈의 발달 정도 등이 다르게 진화한 사실에 주목하고, 사냥방식이 다른 거미의 독 또한 기능이 다를 것으로 가정했다.

거미류는 사냥 방식에 따라 크게 땅, 숲, 계곡 등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사냥하는 ‘배회성 거미’와 한 곳에 정착해 그물을 치고 생활하면서 먹이를 찾는 ‘조망성 거미’로 구분된다.

방아깨비를 포획하는 긴호랑거미.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연구진은 국내 자생종 가운데 대표적 배회성 거미 3종인 별늑대거미, 황닷거미, 이사고늑대거미와 조망성 거미 3종인 긴호랑거미, 산왕거미, 무당거미 등 총 6종의 독액을 추출해 각각의 활성을 비교 분석했다. 결과 배회성 거미류의 독액은 조망성 거미보다 식중독균 및 대장균에 대한 ‘세포막 파괴(세포용해)’ 활성 능력(항균)이 5배~1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배회성 거미류가 먹이를 사냥하고 곧바로 먹는 습성 때문인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반면 조망성 거미류의 독액은 배회성 거미류보다 먹이를 마비시킬 수 있는 신경억제활성(이온통로차단)이 3배에서 10배 높게 나타났는데 조망성 거미류가 그물에 걸린 먹이를 살아있는 상태로 일정기간 저장했다가 먹이를 섭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멸구를 포획하는 별늑대 거미.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연구진은 또 배회성 거미인 별늑대거미의 독액에서 델타라이코톡신을, 조망성 거미류인 긴호랑거미의 독액에서는 오메가아라네톡신 등 신규 펩타이드 2종을 찾아내고 활성 분석을 진행했다.

델리라이코톡신은 항균소재로 쓰이는 멜리틴(서양종꿀벌 독 유래) 펩타이드와 비교한 결과 동일한 농도에서 세포막 파괴를 통해 식중독균과 대장균을 죽이는 효과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오메가아라네톡신은 고혈압 치료제로 쓰이는 실니디핀과 성분을 비교한 결과 역시 낮은 농도에서 유사하게 신경세포 내로 칼슘이온의 유입을 차단(이온통로 차단)하는 결과를 얻었다. 실니디핀은 칼슘이온 통로를 일시적으로 차단해 혈압상승을 막는 기능을 한다.

조망성 거미의 한 종류인 무당거미.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연구진은 거미 독에서 찾은 신규 펩타이드 2종의 세포용해 및 신경억제 활성에 대해 이달 말 특허를 출원하고, 오는 8월 국제적 학술지인 비비알씨에 연구 결과를 투고할 예정이다.

거미는 거미강에 속하는 절지동물로 우리나라에는 물거미 등 848종의 거미가 서식하며, 우리 생활환경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파리, 모기, 바퀴 등의 위생곤충과 농작물 해충을 잡아먹는 천적으로 인간에게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에서는 거미 독을 이용하여 고혈압, 당뇨 등 다양한 의약품 소재로 연구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동의보감, 규합총서 등에서 거미를 이용하여 질병을 치유했다는 기록이 있으나, 거미유래 독액, 단백질 등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진한 편이라는 게 국립생물자원관의 설명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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