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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보도 주의” 외신에 경고… 카펠라호텔 곳곳 언론과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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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보도 주의” 외신에 경고… 카펠라호텔 곳곳 언론과 충돌

입력
2018.06.07 18: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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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51위 언론자유 후진국

민간인 출입은 별다른 제한 없이

취재진은 따라다니며 밀착 감시

#기자들에게 메일로 지침도 보내

“주는 대로만 쓰라는 거냐” 불만

7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인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 주변을 오토바이를 탄 경찰이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인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 주변을 오토바이를 탄 경찰이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닷새 앞으로 다가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주최국인 싱가포르와 외국 취재진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샹그릴라 호텔, 카펠라 호텔 주변 일대가 정상회담을 위한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된 뒤 7일 현재까지 해당 지역 분위기는 평소와 다름없지만, 취재진들만 나타나면 경비가 강화되고 경찰차가 출동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다. ‘세기의 회담’을 차질 없이 준비하려는 싱가포르의 통제가 갈수록 강해지면서, 각국 기자들 사이에서 ‘이런 분위기 속에선 미디어센터에 앉아서 주는 대로 받아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센토사섬 내 카펠라 호텔이 확정된 지난 6일 센토사는 여느 때처럼 평온했지만 카펠라 호텔 주변만큼은 달랐다. 호텔 직원들과 사복 차림 경찰들이 배치돼 정문 주변을 맴돌며 각국에서 온 기자들과 신경전을 벌였다. 택시 기사 노(Noh)씨는 “웬만해서는 구경하기 어려운 경찰차들을 이곳에서 다 본다”며 “기자들을 따라다니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호텔에 대한 경찰의 경계 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대상이 다름 아닌 언론이라는 것이다.

앞서 카펠라 호텔 앞에서 만난 중국 신화통신 소속의 린닝 기자는 “일이 너무 안 된다. 싱가포르 정부의 강력한 통제 행태로 보면 미디어센터에서만 취재를 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언론을 스파이 취급하며 취재를 강하게 제한하는 데 따른 불만이었다. 현지 주재원 이모(46)씨는 “출장 온 김에 역사적 현장을 미리 둘러보고 싶어하는 한국 동료들과 호텔 구석구석을 둘러봤다”며 “뉴스 보도를 통해 제지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갔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일반인 출입은 통제하지 않았다는 뜻이어서, 싱가포르 당국의 언론 대응이 보안문제라기보다는 일종의 언론 길들이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는 예전부터 언론 취재 환경이 열악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모든 언론을 정부가 소유하고 있어 정부 비판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싱가포르는 조사대상 180개국 중 151위를 기록했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150위)보다 낮은 순위다.

서울보다 약간 큰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에는 도시 전역에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촘촘하게 설치돼 상시 감시, 녹화가 이뤄진다. ‘사건’이 터지면 이를 바탕으로 거의 모든 위반 행위를 잡아낸다. 한 택시 기사는 “싱가포르에서는 도망가는 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6만2,000달러인 도시국가이지만, 반인권적인 사형과 태형이 존재한다. 의사가 보는 가운데 기계로 이뤄지는 태형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 당국은 앞서 지난 1일 현지 기자들과 등록 외신 기자들에게 경고 메일을 보내, 각별한 주의를 요구해 놓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라’는 게 요지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존 허드슨 기자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이 복잡한 회담을 앞두고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어떤 취재 도움도 받지 못했다”며 “언론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싱가포르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의 한 호텔에서 공무원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시도하다 호텔에서 쫓겨났다. 일부 한국 기자들도 취재 과정에서 싱가포르 당국의 조사와 경고를 받기도 했으며, 싱가포르 주재 한국 대사관은 외교부를 통해 싱가포르에 취재진을 파견하는 한국 언론사들에 수 차례 주의를 전달해 놓고 있다.

싱가포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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