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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울리는 활동보조인 ‘시간 뻥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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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울리는 활동보조인 ‘시간 뻥튀기’

입력
2017.05.2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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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강도에 비해 시급 적다며

수당 청구 시간의 절반만 일해

최근 1120만원 부정수급 적발

장애인 부모들 싸우다 지쳐

“비싸게 쓰더라도 필요한 시간에”

차라리 보조금 직접 지급 희망

일러스트 박구원 기자
일러스트 박구원 기자

경기 북부에 사는 A(58)씨는 발달장애 아들이 있어 장애인 활동보조인을 쓴다. 정부에서 바우처(일종의 쿠폰) 형태로 보조해 줘 다행이지만 보조인 B씨의 행태 때문에 속앓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시급이 적다는 이유로 확인받은 시간의 절반 정도만 일하다 가기 때문이다. 화라도 낼라치면 “다른 사람 찾아보라”며 오히려 역정을 낸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최근 지체장애인의 활동을 보조한 것처럼 꾸며 지원금을 받아 챙긴 정모(56ㆍ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는 지난해 1급 지체장애인(38)의 활동을 1,249시간 보조한 것처럼 입력하고 1,120만원의 활동지원급여를 부정 수급한 혐의였다.

장애인 활동보조인의 횡포가 장애인과 부모들을 또 한번 울리고 있다. 보조인들은 장애인들을 돌보고 씻기는 노동강도에 비해 시급이 너무 적다는 이유로 시간을 부풀리는 게 상례라고 장애인 가족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 활동보조인으로 등록된 인구는 경기 1만2,800명 등 전국적으로 6만4,000명에 달한다. 장애인들은 등급, 지자체 추가보조 등에 따라 월 47시간에서 최대 720시간 활동보조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보조인들은 시간당 9,240원의 시급이 책정됐지만 알선기관의 운영비 등을 제하면 실제 받는 돈은 75% 수준인 7,000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A씨는 “활동보조인을 월 80여시간 쓰고 있지만 실제 보조인이 일하는 시간은 20~25시간이며 그것도 쉬운 일만 하다 간다”면서 “싸우다가 지쳐 그냥 단말기 시간입력을 위임해 버렸다”고 말했다.

다운증후군 딸을 키우고 있는 C(52ㆍ여)씨도 “130여시간 보조인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적은 시간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이런 일을 방조한 부모도 입건된다고 들어 하소연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산북부경찰서 지능팀 관계자는 “장애인 부모들이 보조인들의 뻥튀기 시간 기록을 알면서 묵인했더라도 피해자 입장이기 때문에 처벌받을 우려는 없다”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소중한 국고가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부모들은 차라리 보조비를 직접 부모들에 지급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금처럼 눈치를 보며 서비스를 받느니 비싸게 주더라도 꼭 필요한 시간에 실질적 도움을 받는 게 낫다는 것이다.

숭실대 김경미(사회복지학) 교수는 “보조인들은 누군가를 돕는다는 사명감을 갖고 사회서비스에 나서야 한다”면서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수가를 높여 서비스 질을 제고하고 장애인기관은 이들의 활동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수가(1시간 1만8,000원~4시간 4만5,090원) 수준으로 보조인 수가를 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부 활동보조인들의 부정수급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장애인 부모들과 1대 1 관계이다 보니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다양한 대안을 연구 중이지만 일장일단이 있어 보완책 마련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ebk@hankool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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