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 한국과 중국이 사드 갈등으로 얼어붙었던 양국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양국 외교부는 31일 오전 각기 홈페이지에 사드 문제와 관련한 ‘한중관계 개선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동시 게재했다. 양국이 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을 피력하고,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요지이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양국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볼 만하다.
사드 문제 정리와 관련, 우리 정부는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가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에 반대한다고 거듭 밝히고, 한국 측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했다. 중국 측이 MD(미사일 방어체계)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과 관련해 우려를 천명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밝혀 온 입장을 다시 설명했다. 전날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국회 답변을 통해 사드 추가배치를 검토하지 않으며, 미국 MD 체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고,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물론 이 정도로 한중 간 사드 갈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대로 “양측의 입장을 표명하고 그대로 봉인한 것”에 불과한 측면이 있다. 향후 북한의 핵ㆍ미사일 추가 도발에 대한 한미 양국의 대응 방식에 따라 언제든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무차별 사드 보복에 대한 유감 표명을 이끌어 내지 못한 데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한중이 갈등 대신 관계를 개선하고 교류협력을 확대 강화하는 게 공동의 이익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번 합의에 다소 아쉬움이 있더라도 양국 관계를 긴밀히 발전시켜 나가는 게 옳은 방향이다. 무엇보다도 김정은 정권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핵ㆍ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압박하는 데 양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사드 갈등 과정에서 훼손된 양국 국민 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공공외교 등 다각적 노력도 필요하다.
양국은 10~11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데도 합의했다. 일단 물꼬가 트인 양국관계 개선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연내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시진핑 주석이 참석할 가능성도 커졌다. 그에 앞서 7, 8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앞뒤로 일본과 중국도 방문할 예정이다. 북한의 막무가내 핵ㆍ미사일 도발과 북미 간 상호 위협으로 고조됐던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역량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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