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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회장 사라진 전경련, 부회장 역할 커지며 부작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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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회장 사라진 전경련, 부회장 역할 커지며 부작용도

입력
2016.10.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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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재계의 수장’으로 불렸다. 초대 회장인 이병철 삼성 창업주를 비롯해 정주영 현대 창업주, 구자경 LG 회장, 최종현 SK 회장, 김우중 대우 회장 등 대기업의 총수들이 전경련 회장을 맡았을 때는 주요 경제 정책의 큰 방향이 정해지는 과정에서 적잖은 역할을 하기도 했다. 기업들 의견을 취합해 정책으로 건의했고, 외환위기 직후에는 기업간 ‘빅딜’도 주도했다.

그러나 김 회장이 99년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물러난 이후 회장 자리를 선뜻 맡겠다고 나서는 기업인이 줄며 전경련도 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실세 오너’ 대신 연장자 우선 원칙에 따라 김각중 경방 회장,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등이 회장 자리를 맡았다. 전경련 회장단이 2000년대 중반 이건희 삼성 회장을 찾아가 차기 회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회장은 끝내 고사했다. 2007년 조석래 효성 회장이 추대됐을 당시에는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이 ‘70세 불가론’을 들고나와 분열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른바 5대 그룹 회장들이 전경련 회장직을 꺼리고 다른 총수들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상대적으로 상근 부회장의 역할은 커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이어졌다. 2003년 삼성그룹 비서실장 출신인 현명관 부회장 시기엔 전경련 활동이 지나치게 삼성에 편향돼 ‘삼경련’이란 비판도 나왔다.

청와대 비선 실세 개입 의혹이 불거진 문화재단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 “내 아이디어로 재단이 설립된 것”이라고 주장한 이승철 현 전경련 부회장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A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들이 모이는 단체면 회장들 의견을 받아 내부 절차에 따라 각종 사업과 활동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의 모습은 좀 거리가 있는 것 같다”며 “회장과 부회장이 각종 문제에 대해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 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B 대기업 관계자도 “청년 일자리를 만들자는 청년희망재단과 달리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경우 기업들이 거액의 기금을 내놓기에는 명분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 과정에서 정부에 대해 어느 정도 할 말을 했어야 하는데 이 부회장이 그런 역할을 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1년 여러 차례 고사한 끝에 전경련 회장이 된 허창수 GS 회장은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된다. 그는 더 이상 회장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전경련은 아직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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