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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반부패 전쟁의 민낯

입력
2015.03.1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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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민주주의의 뿌리부터 병들게 하는 부정부패를 철저히 근절하겠다’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부패 없는 깨끗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부의 모든 권한과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대통령도 흔들리지 말 것을 주문하며 총리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정권 차원의 부패척결의 기세가 자못 등등하다.

부패와의 전쟁은 국가ㆍ사회의 부패를 방지ㆍ진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기구들 본연의 임무요 부패세력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과 처벌도 지당한 일이다. 그렇기에 이 총리의 담화는 현 정권이 정치권과 기업의 심각한 부패상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그에 대한 수사를 미뤄왔다는 소리로 들린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방산비리, 원자력발전소 납품비리, 자원외교를 빙자한 천문학적 혈세낭비 내지 국부유출 소식을 듣고 있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 총리의 담화는 다소 생뚱맞기까지 하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번 수사도 정파성을 띨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즉 역대 정권의 그것처럼 답답한 정국 돌파용이나 대통령의 레임덕 차단 차원에서 검찰의 칼날이 죽은 권력을 향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총리의 공언과는 달리 부패와의 전쟁이 현 정권의 부패한 수족들에 대한 읍참마속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공정하게 수행될 것으로는 믿지 않는 분위기다.

공중의 반응도 냉소적이다. 무엇보다도 법을 빈번하게 위반하며 사사로이 잇속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 국민의 공분을 산 장본인인 이 총리가 비리의 발본색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익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전력이 있음에도 강행한 4인의 장관급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나 7명이나 되는 자녀들이 미국의 국적이나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국정원장 후보자의 지명도 따지고 보면 현 정권의 부패척결 의지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 총리는 부패가 민주주의의 뿌리부터 병들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부족 내지 결핍이 부패의 근본원인이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정상화 내지 활성화를 통해 구현하고 지켜내야 할 국가나 기업의 공공성이 정권에 의한 국가기구와 공영언론의 사유화 때문에 후퇴하고 있기 때문에 부패가 창궐하는 것이다.

정권의 수족들은 국가의 감시기구나 언론이 내편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물적 유혹에 넘어가게 마련이다. 오로지 법에 충성하며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독립한 반부패기구가 존재할 때, 정권의 감시견 역할을 올바로 수행하는 언론이 존재할 때, 대통령과 행정부를 제대로 비판ㆍ견제하는 국회가 존재할 때, 그리고 청와대에 종속된 정당이 아니라 청와대의 오류와 독선에 대해 직언을 하는 집권당이 존재할 때에만 부패세력의 입지는 좁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 총리는 부패와의 전쟁을 통해 국가의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러나 국가의 기강은 일회적인 반부패 이벤트를 통해, 그것도 산 권력이 아닌 죽은 권력을 청소하는 방식이 아니라 항상적으로 법의 권위가 존중될 때 세워지는 것이다. 즉 대통령을 비롯한 최고권력자들이 솔선수범해서 법을 존중하고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때, 따라서 법이 통치의 수단일 뿐 아니라 통치의 한계이기도 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정할 때 공직사회를 비롯한 국가의 기강은 바로 서는 것이다. 특히 비리로 점철된 인물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해 온 인사정책과 결별해야 한다. 부패인사의 등용은 정권과 국가의 도덕적 기반은 물론 법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 국가와 법의 정당성을 수용하려는 국민의 용의도 증발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패와의 전쟁이라는 ‘정치적 기획수사’가 아니라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즉 ‘민주적 법치국가 시스템’을 존중하고 이를 온전히 구현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반부패대책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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