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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형M&Aㆍ상장 실종… 투자에 비해 결실 아쉬운 한국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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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형M&Aㆍ상장 실종… 투자에 비해 결실 아쉬운 한국 스타트업

입력
2016.09.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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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유치 금액 44%나 증가

AIㆍVR 뒤처지고 승차공유 불모지

M&Aㆍ상장으로 투자 회수해야

스타트업 열풍 지속 가능해져

한국의 신생 혁신 기업(스타트업) 생태계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스타트업 투자가 줄어들고 주식시장상장(IPO)도 뜸했다. 실리콘밸리에 드디어 ‘겨울’이 온 것 아니냐는 말도 많이 나왔다. 에버노트처럼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자랑하는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추가 투자를 받지 못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실리콘밸리가 재채기만 해도 한국 스타트업 동네는 독감에 걸릴 수 있는데, 과연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괜찮을까 궁금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지난달 25일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2016 스타트업 생태계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자리를 빌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주소를 점검해 봤다.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래텀의 매월 투자 동향 리포트를 바탕으로 지난해와 올해 기술(테크) 스타트업 투자동향을 비교해 본 것이다. 다만 지난해 5월 있었던 일본 소프트뱅크의 쿠팡 10억달러(1조1,000억원) 투자 건은 워낙 액수가 크고 쿠팡이 이미 스타트업 단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해 제외했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이 지난달 25일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서 분야별 국내 주요 스타트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제공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이 지난달 25일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서 분야별 국내 주요 스타트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제공
분야별 국내 주요 스타트업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제공
분야별 국내 주요 스타트업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제공

스타트업 투자 건 수 늘어… O2O 분야 주목

먼저 지난해와 올해 1~8월 투자동향을 비교해봤다. 투자 유치금액과 유치건수는 올해 휠씬 늘었다. 투자 유치금액은 3,984억원에서 5,755억원으로 44%나 늘었다. 투자유치건수도 114건에서 169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와 올해 1~8월 투자유치 상위 10개사를 비교해보면 올해 성적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에는 650억원 투자를 받은 차량 공유업체 ‘쏘카’와 590억원 투자를 받은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이 주목을 받았는데, 올해는 8월까지 5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은 회사가 미미박스,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 레진엔터테인먼트 등 3개사다. 적어도 실리콘밸리의 겨울이 한국에는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처펀드 결성액도 1조6,682억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투자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화제의 스타트업은 어디가 있을까. 일단 지난 8월 미국 포메이션그룹, 굿워터캐피털 등으로부터 730억원을 투자받은 미미박스를 꼽을 수 있다. 젊은 여성층을 대상으로 화장품과 패션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미박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사관학교 와이콤비네이터에 들어간 첫 번째 한국 스타트업으로도 유명하다.

음식 배달 서비스 배달의 민족 응용 소프트웨어(앱)를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도 지난 4월 홍콩의 글로벌 투자사인 힐하우스캐피털그룹 등에서 57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우아한 형제들은 음식 배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음식(푸드) 테크회사로서 신선 식품 배송 등 다양한 음식 관련 서비스에 진출하고 있다.

독특한 유료 구독 모델을 도입한 웹툰 앱으로 시작해 계속 성장 중인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 사모펀드운영사인 IMM으로부터 5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창업 3년 만에 약 700만 명의 독자를 확보했고, 이번 투자금으로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제작까지 나선다는 전략이다.

공인인증서나 보안 카드 없이도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토스 앱을 내놓은 비바리퍼블리카는 8월 말 누적 송금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토스는 국내 19개 은행 중 시티은행과 우리은행을 제외한 17곳 은행을 통해 이용이 가능하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 분야가 가장 뜨거울까. 우선 오프라인 사업을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으로 연결해 주는 ‘O2O 비즈니스’에서 가장 활발하게 창업이 일어나고 있다. 음식 배달을 비롯해 차량, 의료, 가사, 여행, 숙박, 부동산 중개 등 생활밀착형 분야에서 많은 스타트업이 등장해 치열한 경쟁중이다. 올해 1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10개의 스타트업 중 우아한 형제들, 야놀자, 여기어때, 띵똥 등이 O2O 스타트업이다.

그 다음으로 뜨거운 분야는 금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핀테크’다. 송금, 자산관리, 대출, 지급 결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그 중 특히 개인 대 개인(P2P) 대출 분야에서 수많은 창업이 일어나고 있다. 핀테크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하루 평균 30개의 P2P 대출회사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을 정도로 뜨겁다”고 말할 정도다. 선발주자인 8퍼센트, 렌딧 같은 P2P 대출 스타트업 외에도 많은 회사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창업 분야 쏠림ㆍ엑싯 감소는 해결해야

이처럼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표면적으로는 잘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숙제도 있다. 우선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창업이 부족하다. 구글 알파고의 충격 이후 인공지능(AI) 분야에 전 세계적 관심이 쏟아지고 있으나 마인즈랩, 코노랩스 등 몇몇 스타트업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기업들을 찾기 힘들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도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분야이고 많은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미 VR 체험방만 4,000개가 넘는다는 중국에 비하면 많이 뒤처진 상태다.

우버, 디디추싱, 리프트, 그랩 등 수조원에서 수십조원 기업 가치를 가진 스타트업이 쏟아지고 있는 승차공유(Ridesharing) 분야도 한국은 규제로 인해 불모지에 가깝다. 출퇴근시간 카풀 방식으로 승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풀러스 등 스타트업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흥미로운 하드웨어 제품을 내서 주목을 모으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은 많다. 그러나 100억원 이상 투자 받을 정도의 성장 단계에 이른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보이지 않는다. 게임 쪽도 스타트업들이 조용하다. 특히 모바일 게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선순환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엑시트(Exit)가 많아져야 한다. 엑시트는 스타트업이 주식시장에 상장(IPO)하거나 대기업에 매각(M&A)되는 것을 말한다. 벤처 투자자가 스타트업에 투자한 돈은 이 엑시트 과정을 통해 회수된다. 이처럼 스타트업을 시작한 창업자와 벤처투자자가 엑시트를 통해 돈을 벌어야 도 다시 좋은 스타트업에 돈이 투자될 수 있다. 선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테크 스타트업의 상장도 전혀 없고, 100억원 이상 가격으로 M&A가 이뤄진 경우도 없다. 규모가 있는 스타트업의 인수합병은 지난해 5월 카카오가 김기사 앱으로 유명한 록앤롤을 626억원에 인수한 것이 마지막이다. 국내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지 않는다면 해외 기업이 인수해주는 것이 필요한데 그것도 2년 전 미국 탭조이가 한국 스타트업 파이브락스를 인수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글로벌 스타트업 열풍과 창조경제 정책으로 스타트업 투자가 많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엑시트가 거의 없다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다.

반면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발한 미국, 중국, 이스라엘 등을 보면 하루가 멀다하고 대형 인수합병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8월 월마트는 겨우 2년 된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제트닷컴을 33억달러(약 3조7,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이 월마트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는 연일 스타트업 인수 전쟁을 펼치고 있다.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들은 연일 글로벌 대기업들의 구애를 받고 있다.

한국도 스타트업 엑시트가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다면 모처럼 일어난 스타트업 열풍이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가라앉을 수 있다. 해외처럼 대기업 간 경쟁을 활성화시켜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혁신적인 스타트업 M&A에 적극 나서도록 해야 한다. 또 상장 요건을 완화시켜 좋은 스타트업이 좀 더 빨리 IPO에 성공해 자금조달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타트업생태계에 돈이 잘 돌아야 활성화가 되는 것이다.

요즘 정권이 바뀌면 스타트업 열풍도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물론 아니라고 대답한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의 대두로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것은 강한 혁신동력을 가진 스타트업밖에 없다. 이는 노쇠한 대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정권이 와도 스타트업 창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 창조경제라는 슬로건은 다른 이름으로 바뀔지 모르지만 말이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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