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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IS와 어떻게 싸울 것인가

입력
2015.09.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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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IS)는 섬뜩한 참수 영상과 악의적인 고대 유적 파괴 그리고 노련한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세계의 관심을 끌어왔다. IS는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서부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시리아 락까를 근거지로 삼아 칼리프 제국을 선포했으며, 세계 각국에서 외국인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를 끌어들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IS를 약화시킨 뒤 궁극적으로 격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존 앨런 장군에게 IS 격퇴에 동참하는 60여개국 다국적 연합을 이끌도록 했다. 연합군은 공중 습격, 특수부대 파견, 훈련 임무 위주다. 일부에서는 오바마가 더 많은 군 병력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미국이 봉쇄 원칙에 만족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미 대선 캠페인 중인 일부 후보들은 중동에 지상군을 보내라고 요구한다. 옳은 말이다. 지상군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지상군은 수니파 아랍인과 터키인들이어야지 미국인이어선 안 된다. 이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직면하고 있는 3중 위협의 본질에 대해 많은 걸 말해준다.

IS는 다음의 세 가지다. 초국가적 테러리스트 그룹이고 초기 형태의 국가며 종교에 뿌리를 둔 정치적 이데올로기다. IS는 미국 주도의 무리한 이라크 침략 이후 알카에다에서 생겨났다. 알카에다처럼 IS도 수니파 극단주의 이슬람교도들에게 호소한다. 하지만 IS는 칼리프 제국을 세움으로써 한 발 더 나아갔고 이제 알카에다의 라이벌이 됐다. 영토가 생기자 IS는 이교도뿐만 아니라 시아파와 수피파를 상대로 한 공격적인 지하드의 정당성을 얻게 됐고 수용력도 갖게 됐다. IS는 시아파와 수피파를 ‘타크피르(이단자)’ 또는 진정한 이슬람 일신교도가 아니라고 여긴다.

IS는 7세기 이슬람의 순수성을 예찬하지만 21세기 미디어를 사용하는 데 극도로 능숙하다. 동영상과 다양한 경로의 소셜미디어는 무슬림 소수자를 끌어들이는 효과적인 도구다. 이들은 주로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고심하는 유럽, 미국, 아프리카, 아시아의 젊은이들이다. 불만을 가득 품은 많은 청년들이 IS 징모관이 덫을 놓고 기다리는 ‘셰이크 구글(Sheikh Google)’에 이끌린다. 일각에선 현재 IS에서 복무하는 외국인 전사들이 2만5,000명 이상이라고 추정한다. 누군가 죽으면 재빨리 새로운 사람으로 교체된다.

IS의 세 가지 본질 때문에 대응 정책에도 딜레마가 생겨난다. 강한 군사력을 동원해 IS의 칼리프 제국 땅을 빼앗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력이 지나치게 크면 IS의 소프트파워는 강해지고 따라서 이들이 국제적으로 전사들을 모으는 일을 도와주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상군은 수니파여야 한다. 외국 병력이나 시아파 부대가 나타난다면 IS는 자신들이 이교도들에 둘러싸여 위협을 받고 있다고 더 큰 목소리로 주장할 것이다.

수니파가 압도적으로 많은 쿠르드족 군대 덕에 지난해 IS가 차지하고 있던 영토는 30% 가량 줄어들었다. 하지만 수니파 보병대를 추가로 배치하기 위해선 훈련과 지원,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시아파가 지배하는 이라크 중앙 정부를 압박해 종파적 접근을 누그러뜨리도록 해야 한다.

오바마는 리비아(IS는 여기서 지하디스트 민병대를 지원하고 세 곳의 ‘원거리 통치구역’을 만들겠다고 했다)에서 크게 실패한 뒤 당연하게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타도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그 사이 IS는 시리아의 많은 비수니파 국민들을 상대로 잔혹한 집단학살을 저지르며 통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아사드 대통령은 IS가 전사들을 모으는 데 활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 중 하나다. 수니파를 죽이는 알라위파 독재자 아사드 대통령을 타도하는 데 일조한다는 기대를 갖고 많은 외국인 지하디스트가 모여든다.

미국의 외교적 임무는 시리아 국가 체제를 지키는 한편 아사드 대통령을 돕는 러시아와 이란을 설득해 그를 제거하도록 하는 것이다. 거처를 잃은 수백만의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시리아 북부의 비행금지구역과 안전지대를 이용해 미국은 외교를 강화할 수 있다. 난민에 대해 막대한 물량의 인도주의적 원조(미군이 매우 효과적인)를 제공한다면 미국의 소프트파워는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지금 상태로는 미국의 소프트파워 전략에 자금을 대고 조직화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하드파워로 IS가 점령하고 있는 사이버 영역에서 이겨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봇넷(botnetㆍ악성코드에 감염돼 해킹 공격에 이용당하는 PC 네트워크)를 해체하고 적대적인 소셜미디어 계정들에 대응할 힘을 키우는 것 말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10년 내에 IS를 물리친다 해도 우리는 유사한 극단주의 수니파 단체가 잿더미에서 부활하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 중동이 겪었던 방식의 혁명은 해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중동의 혁명이 불안정한 근원에는 ▦식민 통치 이후 불분명해진 국경 ▦멈춰 버린 현대화 ▦실패한 ‘아랍의 봄’ ▦수니파가 지배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가 지배하는 이란 사이의 국가간 경쟁에 의해 악화된 종교적 파벌주의 등이 있다.

유럽에서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종교 전쟁은 150년 가까이 이어졌다. (1648년 베스트팔렌 평화조약과 함께 끝난)30년 전쟁 동안 독일 인구의 4분의 1이 줄었다. 당시 연맹이 복잡했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가톨릭 국가 프랑스는 종교적인 이유보다 왕조의 필요에 따라 가톨릭을 믿는 합스부르크가에 맞서 네덜란드 개신교도들을 도왔다. 우리는 오늘날 중동도 그와 비슷하게 복잡할 수 있다는 걸 예상해야 한다.

미국이 에너지, 이스라엘의 안보, 핵확산 방지, 인권 등 다양한 관심을 가진 지역의 앞날을 내다 볼 때, 정책 입안자들은 환경에 따라 다른 나라와 단체의 편을 들 수도 있는 ‘봉쇄 더하기 유도’라는 유연한 전략을 따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이란의 정책이 완화되든 아니든 이란이 미국과 관심사를 공유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의 핵 협정은 더 큰 유연성에 대한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중동을 향한 미국의 해외 정책은 현재의 논쟁 보다 한층 더 세련돼져야 한다.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ㆍ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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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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