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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ㆍ단식ㆍ막말로 점철된 42일… 누구를 위한 파행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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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ㆍ단식ㆍ막말로 점철된 42일… 누구를 위한 파행이었나

입력
2018.05.16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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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특검’ 여야 대치하는 사이

개헌 논의 소리소문 없이 묻히고

골목상권 보호 등 민생법안 뒷전

정세균 의장 “부끄럽기 짝이 없다”

국민 80% “파행기간 세비 반납”

전문가 “시민 견제권 강화해야”

여야 4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합의문을 공동으로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회찬 평화와 정의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여야 4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합의문을 공동으로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회찬 평화와 정의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여야가 42일간의 대치 상황을 풀고 가까스로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그나마 결실이란 게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일명 드루킹 사건) 특검 도입과 추가경정예산 동시 처리 합의 정도인데, 과연 개헌은 물론 시급한 민생 문제 논의까지 올스톱 시키면서 단식농성에 막말까지 주고 받았어야 했느냐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로 국회를 휘저을 수 없게 시민들의 참여와 견제 시스템을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여야가 4월 임시국회 첫날인 지난달 2일 개헌과 방송법 개정안 문제 등을 놓고 틀어질 때만 해도 국회 파행이 이렇게까지 장기화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 못했다. 의원들 대부분도 연례행사처럼 며칠 힘겨루기를 하다 정상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드루킹 사건이 터지면서, 상황은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흘러갔다. 친문 핵심으로 분류되는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루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야가 모든 현안들을 내려놓고 정쟁으로 치닫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권 실세가 연루됐다는 점에서 정국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야당이나, 정권 수호 차원에서 절대 밀릴 수 없다고 버틴 여당이나 정략적인 계산만 눈에 들어왔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야가 정쟁에만 골몰하면서 40일 넘게 개점휴업 상태로 직무를 유기하는 사이, 내용과 시기를 두고 치열한 논의를 해보자던 개헌은 소리소문 없이 묻혔다. 뿐만 아니라 처리가 시급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비롯해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미세먼지 관련법 등 민생법안은 논의조차 못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20대 국회 들어 1만 3,099건의 제출 법안 중 9,554건이 계류중”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15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시정연설로 지각 심사에 들어간 3조 9,000억원 규모의 추경도, 여야가 합의한 18일 본회의 처리에 맞추려면 졸속 심사가 불가피하다.

민생과 동떨어진 정치인들의 행태에 국민 여론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나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 폭행 사건이 정치권에 던지는 함의는 적지 않다. 폭력 사태 자체는 절대 있어서 안 되는 일이지만,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원인을 따져보면 정치인들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국회선진화법 도입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많이 보완된 게 사실”이라며 “국회 안에서 풀지 못하고 장외 투쟁 등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방식에 기대고 있는 정치권의 반성과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국민 10명 중 8명이 국회 파행과 관련해 국회의원의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시민의 견제 기능을 더 견고하게 제도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정치인들이 그들만의 정치에 매몰돼 있다 보니 일반 국민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직접민주주의까지는 아니라도 영국과 미국의 세비정산위원회처럼 시민이 직접 제도권 정치에 관여하고 압력을 넣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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