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하던 중 혼외자 파문으로 사퇴한 채동욱(57) 전 검찰총장이 3년여만에 처음 공개석상에 나왔다. 2일 저녁 9시30분 한겨레TV의 ‘김어준의 파파이스’ 119회에 출연한 그는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밀어붙이다 검찰총장직에서 밀려났다는 논란에 대해 “법대로 하다가 잘렸다”고 말했다.
채 전 총장은 이날 녹화장에서 ‘눈치도 없이 법대로 하다가 잘렸냐’는 질문에 “눈치가 없어서, 자기(박근혜 대통령)만 빼고 법대로였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있다고 답하며 “(댓글 수사 때는) 법대로 수사하라는 게 가이드라인이었다. 틀림 없는 사실이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권력에 좌우되는 이유로는 인사권을 꼽았다. 그는 “말 잘 들으면 승진시키고, 말 안 들으면 물 먹이고, 그렇게 하다가 이번 정권 들어와서는 검찰총장까지 탈탈 털어서 몰아냈다. 그러면서 검사들이 바짝 엎드리게 됐다”며 “또 검사들이 (인사권자 눈치를 보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돌아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재경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수사능력이 탁월한 검사로 평했다. 채 전 총장은 “아주 훌륭한 검사”라며 “여러 가지 혈연, 학연, 또 검찰에서 맺어왔던 인간관계 그런 인연들에서 과연 자유롭게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최 신임 민정수석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주변의 여러 가지 인연들이 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그래도 마음을 비우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반면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를 두고는 “그건 잘 될겁니다. (우병우 전 수석) 끈이 떨어졌으니까”라고 답했다.
채 전 총장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검찰을 하수인으로 만든 권력자들, 자기 욕심만 채우려고 권력에 빌붙은 일부 정치검사들 (때문에 검찰이) 이 지경까지 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 후배들에게 “마지막 기회다, 최순실 사건 제대로 (수사)해라. 사랑한다”는 말을 남겼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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