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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박사’가 만든 새로운 장미 보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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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박사’가 만든 새로운 장미 보러 오세요

입력
2017.05.2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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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용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 수석이 24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장미정원에서 자신이 개발한 장미들을 살펴보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최지용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 수석이 24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장미정원에서 자신이 개발한 장미들을 살펴보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꽃박사’ 에버랜드 최지용씨

국내에 드문 국산장미 8종

올해 처음 땅에서 꽃 피워

“개발 4년 만에 공개 설레요”

화려한 꽃잎과 향기를 뽐내는 장미는 전 세계에 수천 종류가 존재한다. 국내에서 개발해 식물특허로 불리는 품종보호등록을 마친 장미도 885종이나 된다. 그런데 이중 대다수는 꽃다발용 ‘절화장미’로, 땅에 심은 뒤 키워 감상하는 ‘정원장미’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25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개막한 ‘장미축제’에서는 에버랜드가 자체 개발한 국산 정원장미 ‘에버랜드로즈(ER)’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지난해 화분 상태로 첫 선을 보였던 5종(ER001~005)에다 최근 품종보호등록을 마친 3종(ER006~008)까지 총 8종의 장미들이 올해 처음 땅에서 꽃을 피웠다.

축제 개막 하루 전인 지난 24일 찾은 에버랜드 장미원. 장미 개발의 주역 최지용(45)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 수석은 한시도 장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활짝 핀 장미 앞에서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지만 채 피지 못한 봉오리를 바라볼 때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는 “품종 개발을 시작한 게 2013년 6월이니 이 장미들은 꼭 4년 만에 첫 손님들을 맞는 셈”이라며 “관람객들이 어떻게 평가를 해줄지 떨린다”고 말했다.

농학박사인 최 수석은 2003년 에버랜드에 합류했지만 장미가 전공은 아니었다. 장미 개발에 뛰어든 건 오기 때문이었다. 그는 “장미축제 30주년 즈음인 2013년에 ‘국내 최초 장미원에 자체 개발한 장미가 하나도 없다’는 말이 나와서 내가 해보겠다고 나선 게 시작이었다”며 “기존 장미의 향기가 약해 이 참에 향기가 강한 품종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에게까지 큰소리를 친 최 수석이지만 부담감은 적지 않았다. 연구개발 인력은 자신을 포함해 단 둘뿐이었고 육종에 필요한 시설과 땅(포지)조차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교배종자를 만들면서 온실과 저온저장고 등을 짓고, 포지 준비까지 동시에 했다”며 “종자 1만5,000개를 둘이서 일일이 옮겨 심을 때는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며 웃었다.

약 9개월 뒤 종자가 처음 발아하며 한 고비를 넘겼다. 최 수석은 “아기가 태어난 것처럼 기뻤다”며 “매일 발아한 종자 개수를 셀 때의 즐거움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산 정원장미 교배부터 품종보호등록 완료까지는 꼬박 3년이 걸렸다. 최 수석의 의도대로 향기를 극대화한 ER002, 병충해에 강하면서 향까지 좋은 ER005와 ER007이 탄생했다. ER005는 반그늘에서 잘 자라는 등 각 품종마다 특성도 뚜렷하다. 그는 “장미는 보통 향기가 강하면 병충해에 약한 편인데 에버로즈는 향기가 세면서 병에도 강한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2년간 ‘인간식물관계학’을 공부한 최 수석은 “몰입하면 식물과의 교감도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식물 역시 사람처럼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생명체라는 걸 인지하고 잘 관찰하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며 “식물을 기르며 같이 호흡하는 게 인간이 보다 인간다워지는 길이라는 것을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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