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새얼굴]
새누리 정운천 전북 전주을
20년 만에 전북서 새누리 ‘깃발’
“중앙에 막힌 통로를 열라는 임무를 주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농업벤처 신화’로 이명박 정부에서 발탁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정운천(62) 당선자는 4ㆍ13 총선에서 ‘지역주의 타파’라는 신화를 새롭게 쓴 주역이다. 전북 전주을에서 4만982표(37.5%)를 획득한 그는 4만871표(37.4%)를 얻은 최형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재검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111표차로 당선됐다. 강현욱 신한국당 의원이 1996년 군산에서 당선된 이후 20년 만에 전북지역 여당 의원이 배출된 순간이었다.
3수(2010년 전북지사ㆍ2012년 총선) 끝에 성공해 ‘전북의 김부겸’‘제2의 이정현’으로 불리는 그는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10년을 계산하고 불모지를 비옥토로 만드는 정치농사를 지었는데 6년 만에 결실을 맺게 돼 감사할 따름”이라며 “중앙에 막힌 통로를 뚫으라는 주민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불과 6년 만에 불모지를 개척한 그의 비결은 주민들과 밀착해 밑바닥 표심을 닦는 것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2010년 전북지사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그는 2012년 총선에서도 연거푸 실패했지만 지역을 떠나지 않고 주민들과 함께 했다. 새누리당이라는 이유로 지역 행사에서 앉을 자리조차 제공받지 못할 정도로 이방인 취급을 받았던 그는 그럴수록 더욱 주민에게 다가갔다. 최근 3년간 주민들과 찍은 셀카 사진만 2만5,000장에 달할 정도다.
‘광우병 파동으로 물러난 장관’이라는 낙인보다 새누리당에는 무조건 냉랭한 민심이 더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그는 “장관까지 지낸 사람이 험지에 와서 노숙자한테도 큰절할 수 있는 겸손함과 진정성을 주민들이 이해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막판 변수가 된 김무성 대표의 ‘배알 발언’에 대해서는 “편하게 말씀하신 것이지만 그것이 결국 전북도민의 역린(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렸다”며 “그 때문에 몇 천표는 잃은 것 같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오는 5월 말 국회에 입성하는 그가 꼽는 첫 번째 과제는 역시 지역주의 장벽을 깨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정 당선자는 “19대 정치개혁특위에서 해내지 못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석패율제 도입 등 지역장벽을 깰 수 있는 제도를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지역주의 타파는 2010년 전북지사 출마 당시부터 그가 세운 정치적 신념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 전북은 도지사나 시장은 물론 시군구의원까지 모두 야당인 1당 독재체제였다”며 “이것을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전북의 한복판인 전주에서 승부를 봐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전북 고창이 고향인 그가 19대 총선에 이어 전주를 지역구로 택한 이유다.
전업 농민으로 외국 품종인 ‘키위’를 국내에 들여와 ‘참다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장관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인 정 당선자는 최근 총선 참패 후 위기에 빠진 당을 향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국민에게 처참하게 심판을 받고 나서도 자리싸움만 하고 있다”며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며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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