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유방재건 환자 위한 수술
자연스런 모양ㆍ젤 타입이라 인기
일부 병원 수험생 대상 이벤트
마사지 못하는 단점 등 안 알려
‘물방울 가슴성형’이 최근 대형 성형외과, 여성의원에서 대세를 이루는 가슴확대 수술이다. 물방울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은 떨어지는 물방울을 반으로 잘랐을 때 생긴 모양새가 마치 여성의 가슴과 비슷해서다. 전문 용어로는 ‘해부학적 임플란트(Anatomical Implant)'라고 불린다. 쉽게 말해 여성가슴을 본 뜬 보형물이다. 액상 실리콘, 식염수에 이어 등장한 가슴 보형물 코히시브 젤(Cohesive Gel)로 기존에 사용하던 원형 코히시브 젤보다 점성이 강하고 표면이 거친 것이 특징이다.
자연스런 볼륨감에 안전까지
2007년부터 국내 사용이 허가된 이 보형물이 각광 받는 이유는 과거에 쓰던 가슴 보형물보다 자연스러움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웅식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과거에는 여성들이 가슴이 커지면 만족했지만 지금은 인위적으로 가슴확대 수술을 한 티를 내지 않으려 한다”며 “원형 보형물을 사용해 가슴확대 수술하면 가슴이 위, 아래 구분 없이 밥그릇을 엎어놓은 것처럼 보이는데 물방울 보형물을 삽입하면 유두 위쪽은 얇고, 유두 아래쪽은 봉긋해져 자연스러움을 강조할 수 있다”고 했다. 강민혁 우리성형외과 원장은 “물방울 보형물로 가슴확대수술을 할 경우 원형 보형물 시술 후 흔히 나타나는 ‘윗 볼록‘현상을 차단할 수 있어 환자들이 선호하고 있다”며 “가슴확대술은 단순히 가슴을 키우고, 촉감을 좋게 하는 것을 떠나 환자욕구, 가슴상태에 맞는 맞춤수술이 대세인데 물방울 가슴확대수술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과거 사용됐던 가슴 보형물보다 안전성도 도모했다. 진 교수는 “물방울 보형물은 젤 타입의 실리콘”이라며 “젤 타입이라 현재 사용 금지된 액상 실리콘 보형물과 달리 수술 후 보형물이 터져도 흐르지 않고 물방울 모양이라 가슴곡선을 자연스럽게 살릴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보형물이 손상이 돼도 내용물이 흘러내리지 않고 모양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3여학생도 유혹…병원의 돈벌이 혈안 문제
가슴곡선을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고 안전성까지 갖춘 물방울 가슴성형이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고 받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선 연령 제한이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물방울 가슴성형을 받으려면 21세를 넘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 교수는 “미국에서도 21살 이상 성인 여성이어야 수술할 수 있다고 권고한다”고 했다. 윤일식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도 “적어도 21살 정도는 돼야 수술이 가능하고 10대에는 수술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현장은 정반대였다. 물방울 가슴성형으로 유명한 J성형외과, B성형외과 등에 고3 수험생인데 물방울 가슴성형수술이 가능한지 문의한 결과,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심지어 “나이 들어 가슴 수술하는 것보다 어릴 적에 미리 하는 것이 좋다”라는 말까지 했다. 상담내용을 변경하는 병원도 있었다. 여성병원인 M클리닉에서는 첫 상담 때 “고3여학생이라면 물방울 가슴성형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병원에서는 괜찮다고 하니 그곳에서 하겠다”고 하니 “보호자 동의가 있으면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고 내원해 상담 받고 수술하면 된다”고 했다. 한술 더 떠 이 병원은 “현재 수험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어 기존 가격에서 40% 할인된 가격으로 수술할 수 있다”며 수술을 유도하기까지 했다. 이들 병원이 내세운 수술비용은 550만~1,000만원이었다. 그나마 수험생 대상 이벤트 중이라 할인 가격이었다. 환자는 없고 오로지 병원수익만 챙기려는 대형 성형병원들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수술 잘못되면 사망할 수도
전신 마취를 해야 하는 수술이지만 위험성이 드러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서현석 이화여대의료원 성형외과 교수는 “물방울 수술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며 “유방이 폐와 가까이 위치해 경험 많지 않은 의사가 잘못 수술하면 폐가 손상되는 등 예기치 않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했다. 정승원 한림대성심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경험이 많지 않은 의사가 수술했을 때 잘못하면 혈관이 터질 수 있는데 이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큰 의료사고가 날 수 있다”고 했다.
윤 교수도 “경험이 많지 않은 의사가 수술했을 때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예상치 못한 출혈이 발생했을 때”라며 “수술 하다 출혈을 잡지 못해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가 많은데 실제 출혈로 사망한 이도 있다”고 했다. 또 윤 교수는 “수술 당시에는 괜찮아도 1, 2주 뒤 감염이 원인이 돼 사망에 이르는 환자도 있다”며 “성형기술이 뛰어난 우리나라에서도 미용수술 후 재수술 비율이 2~5%에 이르는 만큼 병원을 잘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강 원장은 “얼마나 많은 수술을 했느냐에 따라 실력 차이는 분명히 있다”며 “실력 차이와 함께 수술할 때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빨리 응급상황을 대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경험이 적은 의사라면 대처능력이 떨어져 환자가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강 원장은 “쉬운 예로 인턴 때 했던 맹장수술을 나보러 하라면 잘 할 수도 없고, 만약 한다고 해도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아무런 대처를 할 수 없다”며 “경험이 부족한 의사라도 가슴성형 수술을 할 수 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하기에 경험 많은 전문의에게 수술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물방울 보형물 표면은 다른 보형물과 달리 딱딱하고 거칠어 수술 후 마사지를 하면 출혈이 생길 수 있어 마시지를 하면 안 된다”며 “주변 사람 소개나 광고를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수술 받으면 심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어 진지하게 고려한 뒤 제대로 된 상담 받고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에게 맞는 수술인지 고려해야
연령 제한, 수술 위험성과 함께 물방울 가슴성형이 자신에게 적합한 수술인지 고려해야 한다. 진 교수는 “솔직히 광고 때문에 물방울 가슴성형이 모든 여성에게 필요한 수술로 포장돼 있지만 물방울 가슴성형은 유방암 수술을 받아 유방재건이 필요한 환자나 선천적으로 가슴 아래가 빈약하거나 찌그러진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는 수술”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안정성, 기능성이 좋은 보형물이지만 과도한 광고로 여성에게 필요한 가슴수술로 인식되는 것 같다”고 했다.
강 원장은 “20대 여성이 많이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이를 출산한 30대 여성이 선호하는 수술”이라며 “물방울 가슴성형의 경우 수술 3년 후부터 2년 주기로 유방초음파를 통해 보형물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강 원장은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수술 후 3년이 지나면 2년 주기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통해 보형물 상태를 확인토록 권고하고 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유방초음파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 물방울 수술 이런 병원은 조심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물방울 가슴성형을 하기 위해서는 21세를 넘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장기인 10대에 가슴성형 수술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만약 병원상담 시 고3 수험생이라도 물방울 가슴성형이 가능하다고 해도 수술을 삼가야 한다. 보호자 동의가 있으면 수술이 가능하다고 해도 이는 수술로 인한 문제를 보호자에게 전가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경계해야 한다.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방울 가슴성형은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이고 경험이 많지 않으면 보형물 삽입 시 위치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물방울 보형물은 표면이 다른 보형물보다 거칠고 딱딱해 촉감이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수술 전 상담 시 보형물 전반에 대한 특징을 설명해주는 병원을 선택해야 한다.
마사지 자체가 되지 않는 보형물인데 의사의 수술능력으로 마사지가 필요 없다고 강조하는 것도 상술에 불과하다. 또 수술 후 3년이 경과한 후 2년마다 보형물이 제대로 자리잡고 있는지, 문제 없는지를 관찰하기 위해 MRI나 유방초음파 촬영이 필요하다는 것을 권고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겨드랑이, 가슴 및 주름, 유륜, 배꼽 절개 등을 통해 시술이 가능한데 자신의 상태에 따라 어떤 부위를 통해 수술할지 세심히 챙겨주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결혼 유무, 직장, 건강상태에 따라 시술부위를 잘 선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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