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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주일/(81)미주순회공연(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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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주일/(81)미주순회공연(下)

입력
2002.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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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들이 유난히 좋아했던 내 레퍼토리 하나를 소개하겠다.일찍이 국내 밤무대에서 써먹은 것인데 소재가 미국과 관련한 것이라 미주순회공연 때도 들려줬다. 원래는 순 쌍소리와 야한 농담으로 구성된 이야기이다.

“오늘 LA를 하루종일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한인타운 간판이 한국 것보다 더 잘 돼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떡방아 집. 이 얼마나 정감 어린 말입니까. 이에 비해 지금 한국의 간판들은 외국 이름 일색입니다. 조지 팔마니. 더구나 간판은 왜 그리 큰지. 간판은 원래 건물에 맞게 적당해야 하는데 한국 남자들을 닮아 무조건 크게만 만들려고 합니다. 이 놈이 이만하면 저 놈은 저만 해야 하고…. 이러니 한국 여자들이 감당할 수가 있습니까?”

오랜만에 들어보는 걸쭉한 농담에 동포들은 정말 자지러졌다. 분위기가 살면 나는 좀더 강도를 높였다.

“정신과와 비뇨기과가 같이 있는 병원이 있었습니다. 몹시 추운 어느날 한 환자가 포경수술 후 빙판길을 나서다가 넘어졌습니다. 이 모습을 본 정신과 병동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환자들 사이에 설전이 벌어진 것입니다. ‘저 놈 엎어졌다.’ ‘아니다, 자빠진 것이다.’ ‘이 자식이, x까고 자빠졌네.’”

물론 내 인기에 취해 망신을 당한 적도 있었다. 1985년 2월 설 맞이 위문공연 때의 일이었다.

공연장인 LA의 한 체육관은 1만 여 명이 꽉 들어찼을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이 모습을 보고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과연 나 이주일은 대스타구나. 해외 동포들까지 그 바쁜 생활 속에서도 내가 왔다니까 만사 제쳐놓고 몰려오는구나. 미국의 고층빌딩도 내 인기에 비하면 하루아침 해장거리이다.’

그런데 그날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내가 무대 위에서 무슨 말을 해도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관객들끼리 서로 악수하고 포옹하고 안부를 묻고….

알고 보니 그날은 뿔뿔이 흩어져 살던 동포들이 1년에 하루를 정해 대규모 상봉을 하는 날이었다. 조금만 그 어수선한 상황이 계속됐더라면 “저 좀 주목해주세요”라고 말할 뻔했다. 스타의 착각은 덩치도 큰 법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주순회공연 때 가장 인기가 있었던 연예인은 가수 하춘화(河春花)와 조용필(趙容弼)이었던 것 같다.

특히 하춘화는 오랜 지방공연에서 몸에 밴 화려한 무대매너로 관객을 울리고 웃겼다. 노래는 물론이고 익살스러운 제스처까지 사회자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84년 공연 때는 한 동포여성이 찾아와 “오늘 하춘화를 보지 않으면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고 우겼을 정도였다.

“교통사고로 3년 동안 병상에 누워있었는데 매일 밤 하춘화 노래를 듣지 않으면 잠을 들 수 없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조용필은 그야말로 ‘작은 거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미국 관객들까지 그의 열창에 환호했다.

한 미국인은 조용필이 공연 시작 전 커다란 앰프와 음향기기를 만지는 것을 보고 “정말 이런 기계를 다룰 줄 아느냐?”고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그러던 그 미국인은 공연이 끝난 뒤 무대 뒤로 찾아와 “대형가수를 몰라봐 정말 죄송하다”고 말하며 백배사죄했다. 역시 가수는 무대에 섰을 때 가장 크게 보이는 법이다.

끝으로 독자가 전해온 사연을 하나 소개해야겠다.

2일자 ‘나의 이력서’에서 가수 하청일(河淸一)씨가 미국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어렵게 살고 있다고 전했는데, 하씨의 지인이라는 독자는 “하씨가 사업을 하다 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신앙생활을 하며 순탄하게 살고 있다”고 지적해주셨다.

금세 잊혀지는 스타들의 비애를 안타까운 마음에 쓰다 보니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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