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北 ICBM 도발 이후
美 선제타격 임계점으로 해석
“모호성 유지하는게 바람직”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레드 라인(대북 포용 한계선)’ 발언을 두고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한반도 전쟁 불가론을 강조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대북 군사옵션의 기준이 되는 레드 라인의 기준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에서다.
문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레드라인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크게 뜸도 들이지 않고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을 레드 라인이라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레드라인은 그 민감성 때문에 미국에서도 정확한 규정을 하지 않은 채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레드라인이라는 표현은 지난달 북한의 연이은 ICBM 시험발사 도발 이후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는 임계점을 뜻하는 의미로 사용돼 왔다. 때문에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한이 레드라인의 능력을 갖췄을 경우 북한을 선제타격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대북 군사적 옵션 실행 가능성을 최근 강조해온 미국 정부가 최근까지 레드라인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익명의 한 외교 전문가는 “북핵 문제를 두고 북한과 기싸움을 벌이는 정국에서 레드라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모호성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레드 라인 규정은 한반도 전쟁불가론을 강조해온 상황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어떤 옵션을 사용하든 사전에 한국과 충분히 협의하고 동의 받기로 약속한 바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 정부 동의 없이 한반도에서의 군사 행동은 불가능하다면서도 군사적 옵션이 가능한 기준을 제시하는 모순적 모습을 보인 셈이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만약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문재인정권은 그때도 평화적 해결과 전쟁 반대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이 외교적으로 미숙했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대통령께서는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의 엄중성, 그리고 그 시급성에 대한 심각한 인식에 따라서 이와 같은 언급을 하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레드라인을 명확히 인식하고 우리 결정 없이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행동은 안 된다는 정부의 입장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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