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재보선 이어 완승 이끌어 "선거의 男王" 찬사 나돌기도
"김무성 방문하면 지지율 오르더라, 내년 총선체제 의구심 일거에 해소"
靑 독대 요청 등 되레 인정 모양새, 여권 내 입지 더 공고해질 듯
‘4ㆍ29 대첩’을 승리로 이끈 ‘무대’(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0일 한층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선거 참패를 인정한 상대편 지휘관(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을 향해서는 “파트너로서 빨리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걱정부터 건넸다. “당분간 야당을 자극하거나 비판하는 얘기는 하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야 정치혐오증을 떨칠 수 있는지 여야 모두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한다”고 한껏 몸을 낮췄다.
‘홀로서기’ 성공한 김무성
이번 재보선에서 김 대표가 얻은 최대의 정치적 이익은 ‘독립’이라는 게 여권 내의 평가다. 그 동안 새누리당의 선거 승리는 ‘선거의 여왕’인 박근혜 대통령을 떼놓고 설명하기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가 ‘박근혜 마케팅’없이 자력으로 연거푸 승리를 견인하자 당 안팎에서 ‘선거의 남왕(男王)’ ‘선거의 제왕’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은 “오늘부터 선거의 남왕으로 부르겠다”면서 김 대표를 업어 주기까지 했다. 새누리당의 완승을 이끈 지휘관에 대한 최고의 찬사나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실제 이번 승리를 ‘김무성의 승리’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작년 7ㆍ30 재보선 압승에 이어 이번 4ㆍ29 재보선까지 완승으로 마무리한 것을 두고 ‘김 대표의 독립’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재보선의 특징은 ‘박근혜란 이름이 사라진 선거’라는 것”이라며 “홀로서기에 성공한 김 대표가 ‘선거에서 박근혜를 대신할 인물은 김무성’이라는 새로운 공식을 썼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박 대통령 없이도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도 확인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여의도연구원의 자체 여론조사 수치까지 거론하며 “초반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지역도 김 대표가 방문하면 할수록 지지율이 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내년 총선을 김 대표 체제로 치를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일거해 해소했다”고 말했다.
정국 주도권의 무게중심도 김 대표
이번 선거는 되레 박 대통령이 김 대표에게 기댄 듯한 모양새였다.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언급돼 청와대는 물론 여당에도 치명타를 안긴 ‘성완종 리스트’ 정국에서 치러졌기 때문이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두고 사퇴 요구가 빗발치던 이달 16일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 단독 회동한 이래 재보선까지 정국의 큰 고비를 성공적으로 넘겼다. 김형준 교수는 “그간 청와대는 물론 친박 핵심들은 김무성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였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번 성완종 리스트 정국에서는 청와대가 사실상 김 대표의 도움을 받아 난국을 타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국 주도권도 김 대표에게 쏠릴 수밖에 없게 됐다. 여권 관계자는 “16일 대통령의 독대 요청은 대통령이 김 대표에게 마음을 열고 그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해석했다.
나아가 김 대표는 대선주자로서의 잠재력까지 인정받았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당에서 김 대표의 장악력이 강화해 대선주자로서 광폭 행보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에선 이번 재보선 압승에 안주해선 안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적지 않다. 향후 유승민 원내대표와의 역학 관계도 관심거리다. 유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파격적인 ‘신보수 선언’으로 당의 노선 변화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반면 김 대표는 복지ㆍ경제 노선에서 유 원내대표 보다 보수적이다. 익명을 원한 소장파 재선 의원은 “이번 선거는 우리가 잘해서라기 보다 야당이 여당에 불리한 악재 속에서도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스스로 고무된 분위기 속에서 노선 개혁의 목소리까지 작아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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